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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무서워요 ②] 폰에 빠져있다가 ‘꽈당’…덤터기 쓰는 버스기사들
-스마트폰으로 인한 버스 내 사고, 하루 평균 10건이나 발생
-책임소재 가리느라 경찰서행 빈번해 버스기사들은 매번 아찔
-규정상 손잡이 잡지 않은 승객은 과실 인정되므로 주의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시민들이 애용하는 시내버스가 스마트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버스 내 안전사고 비율은 높은데, 마땅한 해결책은 없어 버스기사와 승객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양모(48) 씨는 최근 경찰서에 수차례 불려갔다. 얼마 전 버스에 탔던 만취한 승객이 버스 안에서 넘어지면서 이마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다. 승객은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마침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버스가 흔들렸고, 승객은 한 손으로 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치며 넘어졌다.

경찰 조사에서 양 씨는 버스 폐쇄회로(CC)TV 녹화 본을 제출하는 등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끝에야 과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양 씨는 “버스공제조합에서 지급해주는 보험비를 받으려면 경찰 조사가 필수라 어쩔 수 없었다”며 “너무 힘들어서 다음부터는 자비로 치료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버스 안에서 승객은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가 다칠 경우에는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양 씨와 같이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정모(49) 씨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 여성 승객이 스마트폰을 보다 버스 안에서 다리를 접질린 것이다. 해당 여성은 정 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기사의 난폭운전으로 다쳤다는 얘기였다. 정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갈 것이 두려워 10만원을 주고 승객과 합의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일어난 버스 차량 사고는 6500여건이다. 이 중에서도 문 끼임, 넘어짐, 버스 내 구조물에 부딪히는 등의 차량 내 안전사고는 전체의 65%에 이른다. 하루 평균 10명 이상의 승객이 버스 내 안전사고를 당하는 셈이다. 특히 버스 내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다치는 경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앞선 두 사례도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주의가 산만해진 사이에 일어난 사고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치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버스 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데, 보험금을 받으려면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책임소재를 놓고 경찰서를 찾는 버스기사와 승객들이 많다. 경찰들도 애를 먹고 있다. 일선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보험금을 받으려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다”며 “이 때문에 자비로 치료비를 내는 기사도 많다”고 했다.

시시비비를 가려 기사가 난폭운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행 중인 버스 내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기사의 책임이 90%에 달한다. 기사들은 법이 기사에게 너무 불리하게 적용돼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반면 승객들은 “버스가 난폭운전을 하니 사고가 생기는 것”이라는 입장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버스의 난폭운전, 불친절 민원은 1만건이 넘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승객과 버스기사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며 “새로운 갈등 유형으로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사고에 비해 안전 문화는 턱없이 뒤처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현행 규정에도 승객은 손잡이를 반드시 잡게 돼있다”며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승객의 과실 비율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로 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지속하고, 버스 안에서도 안내 멘트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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