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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트럼프 막말, 성격 vs 전략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유력한 미국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도널드 트럼프로 매일 떠들썩하다. 후보 경선 내내 막말 논란을 불러온 그가 이번엔 언론을 조롱하는 말로 도발수위를 높였다. 미국 언론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지만 그가 언론을 이용할 줄 아는 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속내는 다를 수 있다. 그의 막말이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987년 회고록 형식으로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함께 쓴 ‘거래의 기술’(살림)은 트럼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될 만하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2주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는데 다시 수십년만에 역주행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거래의 기술/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살림

자서전격인 이 책의 내용을 신뢰한다면, 트럼프는 거친 입만으로 간단히 평가할 만한 인물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일관된 태도와 열정,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먼저 당시 CEO로서의 일상은 일반 CEO와 다르다. 하루의 스케쥴이란 게 없다. 미리 정해진게 없이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 퇴근 때까지 온종일 전화하는 게 일이다. 하루 평균 50~100회정도 전화를 걸고 사이 사이 10여명의 사람을 만난다. 이 또한 미리 약속하거나 짜여 있는게 아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거나 쉬지도 않는다. 집에 와서도 계속 전화를 걸며 자정까지 일한다. 대신 주말에는 푹 쉰다. 이런 사이클이 쉼없이 돌아간다. 그는 “다른 식으로 하루를 보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분 단위로 기록한 제1장에는 다양한 거래와 사업으로 전화와 만남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상이 공개된다.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들어있다. 가령 파산 직전의 농장주 부인을 돕기 위해 한 방송인과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매주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트럼프 타워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직접 고른다든지, 아이가 입학할 학교를 보러가는 식이다. 파티광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파티에서 잡담이나 하는 걸 견딜 수 없어하고 술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한다는 의외의 얘기도 있다.

제2장은 트럼프 스타일의 성공원칙 11가지를 소개해 놓았다. 그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능력은 ‘브로커 본능’에 있다고 말한다.

‘크게 생각하라’‘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지렛대를 사용하라’‘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언론을 이용하라’‘신념을 위해 저항하라’‘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 그가 강조하고 체질화한 원칙들이다.

그는 시장에 대해 감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시장감각이 있는 이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리 아이아코카, 우디 앨런, 실베스타 스탤론 등이 그런 인물. 트럼프는 자신도 그런 본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얘기다. 바로 장엄함(spectacle), 환상이야말로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트럼프 타워, 카지노는 바로 그런 대중의 욕망의 대상인 셈이다. 특히 광적인 애정을 표시하는 카지노 사업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카지노를 좋아한다. 거대한 스케일과 황홀함. 그 모든 것을 좋아한다, 나는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찬양했다.

반드시 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그의 철칙 중 하나. 땅을 살 생각이 있으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학교는 어떤지, 도둑은 없는지, 장보러 다니기는 편리한지 물어본다는 것.아무에게나 물어보는게 자문회사에 의뢰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긍정적 사고의 힘을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부정적 사고의 능력을 믿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다. 협상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는 반면 포기해야 할 때는 아낌없이 패를 던진다.

그의 성장담을 보면 지금의 트럼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 초등학교 때부터 공격적이고 단호한 아이었다고 표현했다. 2학년때 음악 선생님이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둘러 쫒겨날 뻔 했다는 것. 또한 리더로 군림하는 걸 좋아해,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리더가 되려고 했다거나 사건을 일으켜서 남들을 시험하는 것을 즐겼다고 털어놨다. 와튼 스쿨 졸업 후 한 사교클럽에 가입해 만난 여성들에 대해 “애완동물과 다름없었다”고 표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다 쓰러져가는 호텔을 헐값에 사들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체인으로 만든 첫 사업부터 ‘환상’을 내세운 트럼프 타워 건설, 카지노 사업과 트럼프 플라자 등 트럼프의 부동산 제국 이야기는 그의 거친 입말 만큼 튀고 거침이 없다. 트럼프를 이해하는데 그만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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