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서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이 뜨고 있습니다. 아파트 중심의 기존 틀을 거부하고 개성과 목적에 맞춘 집이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협소주택, 쉐어하우스, 콘셉트하우스 같은 개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도 다양한 유형의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도시재생에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과 함께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목적에 따라 기획된 맞춤형 주택인 ‘탱고 하우스’의 여러 갈래를 11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특색없는 대지에 4개동 다가구주택 조성
디자인 통일시켜 주변 아파트와 차별화
19~43㎡ 다양한 면적대·풀옵션 구비


탱고하우스는 좁은 땅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면적이 큼지막한 탓에 쉽게 개발 방향을 잡기 어려운 부지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규식(가명) 씨는 수원시 외곽인 권선구 당수동에 1391㎡(약 420평)짜리 땅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준으로 북측에 1개 필지가 있고, 남측에 3개 필지로 나뉘어 있다.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3개 필지를 블록형으로 개발해 비슷한 외관을 한 다가구주택 3개 동이 나란히 들어섰다. 주변 아파트와 대비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 [사진=수목건축)]

반경 500m 내에 배후지역이 형성된 지역이었다. 아파트 5개 동, 일부 다가구주택, 초등학교를 빼면 이 일대는 수원 시내에서 멀찍이 떨어진 고립된 상태였다. 이런 특색없는 장소에 놓여있는 작지 않은 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고민의 지점이었다.

1000㎡이 넘는 큰 대지에는 아파트 형태의 공동주택,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 몇가지 개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고민 끝에 남쪽의 3개 필지에 다가구주택 3개 동을 세우는 단지형 개발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북쪽 1개 필지에도 1개 동을 올리기로 했다.

남쪽 필지를 뭉뚱그려서 하나의 동으로 개발하지 않은 것은, 3개 동을 나누어 지었을 때 나중에 동별로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작은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서 작은 단지를 이루는 그림도 구상했다.

이 지역의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전체 90% 이상을 차지했다. 다세대(빌라)ㆍ다가구주택 등 비(非)아파트의 비중은 아주 낮은 편에 속했다. 이런 조건을 감안해 4개 동에서 나오는 60가구는 분리형 원룸과 투룸(19~43㎡)으로 면적대를 다양하게 구성하기로 했다. 에어컨, 빌트인 냉장고, 드럼세탁기, 쿡탑에 TV와 블라인드까지 기본 옵션으로 갖췄다.

A~C동은 2014년 상반기에 준공됐고, D동은 작년에 공사를 매듭지었다. 4개 동에 통일된 외관 디자인이 적용되어서 자연스럽게 아기자기한 ‘미니 단지’가 구현됐다.

문제는 임차인을 찾는 일이었다. 서울이라면 지역이 어디든지 학생과 직장인, 신혼부부 수요가 두터운 편이지만 수원 당수동은 임대수요의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천정부지로 오른 전셋값으로 이곳저곳 저렴한 집을 찾는 수요자들에 주목했다. 다행히 지역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당수동의 랜드마크로 입소문이 퍼지며 지금까지 공실률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당수동 탱고하우스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고립된 지역이라는 입지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지역 주거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케이스다. “튀는 하나하나가 모이면 혼란스러운 전체가 되지만 비슷한 하나하나가 모이면 강한 전체가 된다”라는 말을 이 당수동 주택이 증명하고 있다. 빈 땅만 생기면 특색없는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 미관까지 고려한 이러한 소규모 블록 개발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 탱고하우스(Tango House)=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획된 주택. 주방과 휴식공간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동호인 주택, 좁은 자투리 땅을 활용한 땅콩주택ㆍ협소주택 등 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만들어지는 가변적이고 유연한 주택상품을 모두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