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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 속 여혐①] 드라마, 코미디, 가요…문제의식 없이 전방위 확산 ‘악순환’

  • 기사입력 2016-06-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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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여자들은 머리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2015년 논란이 된 옹달샘 팟캐스트 발언)

#2.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2015년 7월 10일 Mnet ‘쇼미더머니’ 중 위너 송민호의 랩가사)

#3. “사진을 반대로 돌리면 더 자연스럽다.”, “목이 돌아간 윤아의 사진”(2015년 12월 16일 ‘한밤의 TV연예’ 중 아이유와 윤아 사진 관련 발언)

지난해 4월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으로 구성된 옹달샘의 팟캐스트 발언이 뒤늦게 수면 위로 오른 이후 ‘여성혐오’ 논란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같은 해 파장이 컸던 논란만도 세 건이다. 대중문화 안에서 여성은 때로는 상품화됐으며, 때로는 조롱과 웃음의 소재가 됐고, 때로는 비하의 대상이 되며 차별받았다.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는 ‘여성혐오’ 논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또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로맨틱코미디 속 ‘나쁜 남자’ 캐릭터가 ‘여성혐오’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자 여성에게 가하는 남자주인공의 폭력성이 부각됐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스 라이트’의 “명품백을 쥐기보다는 내 손을 잡아주는/ 질투심과 시기보단 됨됨이를 알아주는”이라는 노랫말과 ‘농담’ 중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감질/쏘(so) 존나게 잘해 갑질/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의 랩가사로 문제가 됐다. SNS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멤버들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글도 남기도 있다.

대중문화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여성의 외모를 지적하는 비하 개그가 줄을 이었고, 남자 주인공 위주의 서사를 풀어가는 드라마에서 여성은 사건을 촉발하는 매개체나 주변부에 머무는 인물로 그려졌다.

전문가들은 대중문화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스며든 ‘여혐’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둔감한 상태”(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에 달했다고 진단한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대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을 함께 가해”(윤석진 충남대 교수)왔다. 사회적 약자 중 한 부분인 여성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하기 보단 가부장적 가치관에 기반해 해석되고 만들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원인으로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대상화, 상품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 와중에 여성혐오 프레임이 등장한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경쟁의 대상”(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 되면서였다.

곽금주 교수는 “과거엔 남성이 여성을 지배했으나, ‘알파걸’ 등의 신조어가 생기며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며 “경쟁상대가 아니었던 여성들이 경계해야할 대상이 되면서 불특정 여성에 대한 거리감이 만들어지면서 남녀로 가르는 성별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성차별 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수년간 여성의 외모 비하, 혐오성 개그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의 ‘시그날’ 코너에선 개그우먼 김영희가 드라마 ‘시그널’의 배우 김영희를 흉내내며 가슴을 강조, “차수현 형사, 지금도 가슴에 집착하시나요”라는 대사를 언급했다. 지상파 방송사인 KBS2 ‘개그콘서트’는 지난 2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공개한 ‘2015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 결과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성차별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지난해 폐지된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에서 “난 김치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될 거야”, “오빠 나 명품백 사줘. 신상으로. 아님 신상 구두”라고 말하는 장면은 대표적인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던 사례다. 최근에도 ‘개콘’에선 ‘모태 솔로’ 여성을 ‘무매력’이라며 ‘무’에 비교했다. SBS ‘웃찾사’에서도 징징거리며 떼를 쓰는 말투의 개그우먼이 남자친구에게 이것 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코너가 인기를 모았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대표 사례다. 웃음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유발해야 하는데,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의 웃음은 여성은 물론 약자를 조롱하며 만들어졌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한 지상파 방송사의 한 PD는 이 같은 문제 지적에 대해 “개그맨들 사이에선 조롱과 희화화가 일상화돼있다. 서로의 치부를 지적하며 웃고 떠드는 일이 많다. 가장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이 외모이고, 제일 쉬운 것이 외모 비하 개그이지만 그 웃음이 개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코미디는 누군가를 희화화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조롱이 아닌 공감이 바탕한 상태여야 하는데 시청률 경쟁 속에서 쉬운 길로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소양의식이 부족했고,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돼 재미를 찾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특정 대상, 특히 여성들을 웃음의 소재로 삼게 됐다는 설명이다.

곽금주 교수는 “방송 매체에서 대중의 말초적인 기분을 건드리기 위해 외모 비하 등의 개그를 일삼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결국 외모 비하 개그는 외모 지상주의를 촉발하고,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을 그리며 여성비하, 여성혐오로 이동한다”고 봤다.

TV, 영화, 가요 등 각각의 콘텐츠 안에 깊숙이 스며든 프레임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던 가치관이 투영돼 “악순환이 일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중문화 속에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흐르다가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아 실생활에서 일어나고 그것을 대중문화가 다시 반영하는 악순환”(곽금주 교수)의 연속이하는 것이다.

논란이 일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주역들은 “재미를 위해”서라거나, “인지하지 못 한채”, “의도와는 무관하게”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경각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여성의 상품화, 차별, 혐오 등이 방송에 여과없이 투영돼 TV 등 대중매체의 파급력이 차별 풍조를 확산하고, 특정 프레임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제도와 교육이 하지 못하는 강력한 힘”(곽금주 교수)을 내재한 것도 사실이다. 교육으로 도달하지 못한 긍정적 가치관의 확산을 TV나 영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사회는 오랜 시간 인종차별 교육을 강조했지만 흑인 상류사회의 긍정직인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 ‘코스비가족’ 한 편의 끼친 영향력을 넘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성공한 흑인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흑인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에 일조했다.

곽금주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는 역으로 가고 있다. 해외에선 대중문화가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깎아먹고 있다.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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