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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베 조형물’ 작가 “일베 관련 모든 논란 다루려 했다…철거 계획 없어”
-작품 전시 통해 논란 벌어지는 사회 현상 자체를 보여주려는 것이 작품 의도

-홍익대 정문에 설치…더 많은 관객이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공공성’을 위한 것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의미하는 ‘ㅇㅂ’을 형상화한 손 모양을 조형물로 만들어 홍익대학교 정문에 설치한 홍기하(22) 씨가 1일 논란 및 작품 훼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홍 씨는 입장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일베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이분법적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 것에 대한 논란과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며 “단편적 시각에서 작품의 제작자가 ‘일베’인지 아닌지만 볼 것이 아니라 ‘일베’가 사회 다방면에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해석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홍익대 일베 상징 조형물’이 파손된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이어 홍 씨는 “작품의 의도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과 거짓 정보 유포, 작품 훼손 행위도 일베가 하는 여러 행동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온라인의 폭력성을 다시 확인했고, 이런 사회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비추려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말다.


논란이 된 ‘홍익대 일베 상징 조형물’이 파손된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홍 씨는 작품 제작 및 전시가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인만큼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작품은 지금과 같은 수많은 논란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며 몇 개월간 교수님들과 논의하며 제작, 설치됐다”며 “작품 철거는 작품 의도에도 빗나가고, 당위성 또한 없다”고 했다. 이어 “작품에 대한 비난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작품 훼손 역시 표현의 자유”라며 “다만, (훼손 등)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정문을 전시 장소로 선택한 것에 대해 홍 씨는 “제 작품은 공공성이 생명”이라며 “미술계 안의 사람들로 한정된 관객이 아니라 더 다채로운 시각과 의견을 받아들이고자 가장 다양한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곳을 (전시 공간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홍익대 일베 상징 조형물’이 파손된 모습. 아래는 파괴되기 전 조형물,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한편, 홍익대 조소과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작품 전시 의도에 대해 밝혔다.

이수홍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학과장은 홍 씨의 작품에 대해 일베 현상의 원인과 현상 등 담론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위해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의 형태로 제작된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일베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현재 존재하는 ‘가치의 혼란, 극단적 대립 그리고 폭력성 등’ 일베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사회가 변화하는 동시에 이분적인 대립이 심각해지는 현상을 걱정스럽게 생각하며 던진 조형언어”라고 설명했다.

작품 훼손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학장은 “개인적으로 다르게 의미가 해석될 수 있지만 작품을 훼손하는 방식은 우려스런 안타까운 반응”이라며 “논란을 위한 논란을 생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고 사회에 대한 한 미술학도의 관심이라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논란이 된 작품은 홍익대 조소과 4학년 홍 씨가 학과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에 수업 과제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작품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1일 새벽 파손됐고, 학교측에 의해 철거됐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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