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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멜로드라마, 혐 문화 프레임 극복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둘은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있다. 그 장애물을 뛰어넘고 사랑에 성공하거나 혹은 그 장애물 때문에 비극적인 끝을 맞이하거나 하는 결말을 맺는다. 이것은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어도 지겹지 않은 것은 장애물이라는 변수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라면 <춘향전>이 보여주듯 그것은 신분의 차이가 될 것이고, 70년대라면 사랑하는 남녀의 사랑을 가로막는 집안 어르신들이 될 것이다. 8,90년대로 넘어오면 그 장애물은 경제적 격차가 되고, 2천대를 넘어서면 일과 육아 혹은 스펙사회의 현실 같은 것들이 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N <또 오해영>이나 SBS <미녀 공심이>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장애물은 스펙사회가 갖고 있는 차별적 시선 같은 것들이다. 여자 주인공들은 미모와 스펙으로 잘 나가는 다른 여자들과 비교되며 소외된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그런 그녀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마음을 뺏긴다. 남자 주인공들은 잘 생긴데다 좋은 인성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상화된 그런 존재들은 아니다. 가끔은 남성다움으로 포장된 ‘폭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선을 무시로 넘어서는 ‘무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것은 지금의 남자 주인공에서만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후반 남자주인공들은 이른바 ‘버럭 캐릭터’로 등장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안중근(이범수)은 입만 열면 버럭 대서 ‘버럭범수’라고 불렸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는 연주 좀 못한다고 아줌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똥덩어리”라고 말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들의 인성이 어딘지 삐뚤어져 있지만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까닭은 그들이 여자주인공에게만은 달달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드라마는 여타의 장르들과 비교해 극성이 약하기 때문에 ‘착한 남자’를 그리기보다는 조금은 자극이 강한 ‘나쁜 남자’가 먹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나쁜 남자’들이 무시로 여성들에게 벌인 행동들이 새삼 다른 시각으로 읽 히기 시작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끄집어낸 이른바 ‘여혐(여성혐오)’ 논란 때문이다. 그간 아무렇지도 않게 드라마 속에서 행해지던 남자 캐릭터들의 행동들은 ‘여혐’ 논란의 관점으로 보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실제로 이런 드라마 속 행동들은 무감각하게 남성들의 폭력성을 마치 매력인 양 포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이런 지적은 정당하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여혐’, ‘남혐’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생기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해결점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혐 문화’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남성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의 문제로 이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멜로드라마에 투영된 남성 캐릭터들의 문제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방치해온 ‘폭력성’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제 문제제기가 된 만큼 남성과 여성 사이에 생겨난 이 사회적 장애물을 정면에서 뛰어넘는 멜로드라마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른바 ‘혐 문화’ 프레임을 넘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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