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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뜰만하면 이미지 훼손…홈쇼핑 잔혹사
잇단 불공정거래 논란 ‘성장 걸림돌’
작년 ‘백수오’ 사태로 신뢰에 상처
롯데홈쇼핑 영업정지로 업계 위기감



지난 27일 롯데홈쇼핑에 프라임 시간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홈쇼핑 업계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올해 들어 예상보다 매출이 잘 풀리면서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홈쇼핑 업체들이다. 실적을 좀 풀어낼 만 하면 들리는 징계나 잇단 사건, 사고들은 매번 업계 전반의 의욕을 꺾어놓곤 했다. 홈쇼핑의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롯데홈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모습.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O2O 서비스의 일환으로 오프라인에도 매장을 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해 부진을 벗어나려던 홈쇼핑 업체들은 잇단 제재가 매출 회복의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성장 과정 곳곳서 불거진 불공정 거래의 걸림돌 = 1994년 패션쇼도 보여주고, 음식도 팔아주는 신기한 방송쯤으로 출발한 홈쇼핑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소비자 인식 변화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초창기이다 보니 제품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고, ‘직접 보지 않고 사는 물건은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왔다. 제품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교환, 반품 등 소비자 편의를 보강한 끝에 ‘싸구려 인식’은 벗어났다. 2010년대의 홈쇼핑은 손정완 같은 한국 대표 디자이너의 제품까지 소개할 정도가 됐다.

이만큼 성장하는 동안에 수차례 나온 걸림돌은 ‘불공정 거래’였다. 관건은 협력업체와의 관계. 초창기에는 홈쇼핑 업체가 몇 개 되지 않고, 홈쇼핑을 통해 판로를 뚫어보고자 하는 중소업체들은 많다 보니 관계가 수평적이지 않았다. 홈쇼핑 방송을 내걸고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얽혀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억 소리’ 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국내 6개 TV홈쇼핑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43억68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을 매긴 것이다.

▶‘불황형 채널’도 못 넘는 불황인데…울고 싶은 홈쇼핑=굳이 공정위, 미래부 등의 제재가 아니어도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부터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상보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기 시작한 것. 설상가상으로 가짜 백수오 사태까지 불거졌다.

TV 홈쇼핑사 6개가 지난해 판매했던 백수오 제품 매출은 400억원 상당. 가짜 백수오 사태가 불거지자 홈쇼핑사들은 환불 조치를 택했고, 결국 그만한 매출이 손실로 남았다. 가짜 백수오로 인해 홈쇼핑사의 효자 제품이었던 건강기능 식품 전체의 신뢰가 떨어졌다. 건강기능 식품 판매 급감, 온라인이나 소셜커머스 등으로의 고객 이탈 등이 겹쳐 지난해 홈쇼핑사들은 영업이익이 20% 상당 빠졌다.

▶자정 노력 꾸준한데, 부정적 이미지 벗어날 수 있을까=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 소식은 경쟁 업체들에도 달갑지가 않다. 홈쇼핑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홈쇼핑까지 하면 14개 업체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업체간 경쟁이라는 건 무의미해졌다”며 “이 같은 사건은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하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추락’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데, 일부의 사건이 업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양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품기획자가 아무리 해당 제품을 고집해도 신제품 개발 위원회 같은 사내 기구의 품평을 거쳐야 하고, 임원들의 ‘크로스체크’까지 받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의 입김만으로 홈쇼핑을 뚫을 수는 없다”며 “예전처럼 리베이트로 홈쇼핑 입점을 성사시키는 등의 일은 구조상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협력업체에 판촉비를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프라임 시간대에 들어오는 협력업체들은 고정 고객층이 탄탄한 인기 업체들이기 때문에 ‘을’이 아니다”라며 “수수료율 등에 대해서도 ‘이 조건 아니면 우리 다른데로 간다’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업체들인데 불공정 거래 같은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2014년 임직원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사건으로 인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경영투명성 위원회를 설치하고, 청렴 옴부즈맨을 신설하기도 했다. 자정 노력만큼의 결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지 훼손 등 부정적인 결과가 더 크게 와닿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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