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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는 미세먼지?’…EU, 친환경 물결 거스른 담합 트럭 제조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유럽연합(EU)이 대형 트럭제조사에게 역대 최대 담합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트럭 제조사들이 트럭 가격은 물론이고 새 배출가스 기술 도입 지연과 관련해서도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는 네덜란드 DAF, 독일 다임러, 이탈리아 이베코, 스웨덴 스카니아, 독일 만, 스웨덴 볼보/르노 등 6개 트럭 제조사다.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이들 업체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여러 방법으로 가격을 담합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 이후에도 새 배기가스 기술 도입 시기 및 가격 인상 수준을 맞추기로 한 혐의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유럽 전역에 60만대의 운송트럭이 있는데 대부분 영세하다며 담합으로 인해 음식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물가상승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징금 규모는 2012년 TV와 컴퓨터 모니터 튜브 담합에 부과됐던 14억 유로(약 1조8474억 원)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들은 이미 이에 대비해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놓았다. DAF는 9억4500만 달러(약 1조1150억 원), 이베코는 5억 달러(약 5900억 원), 다임러는 6억7200만 달러(약 7929억 원), 볼보는 4억4400만 달러(약 5239억 원) 등이다. 이들 4개 업체가 쌓은 충당금만 26억달러(약 3조680억 원)에 달한다. 스카니아는 EU조사로 인한 여파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비금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만은 담합 행위를 자진신고해 과징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쌓은 충당금보다 훨씬 높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법에 따르면 과징금은 글로벌 매출의 10%까지 매겨질 수 있고, 이는 107억 유로(약 14조1196억 원)에 달한다. 이에 두 개 업체는 과징금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당국에 선처를 구했다고 FT는 전했다. 과징금은 연내 혹은 이르면 올해 여름께에 부과될 전망이다.

트럭 제조사들의 답합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1990년대 들어 다른 산업 분야는 친환경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유독 트럭 분야는 연비나 유해가스 배출이 그대로라는 이유에서다. EU 집행위원회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트럭의 연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상태에 있고, 트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990년 이후 2010년까지 36% 늘어났다.

환경운동단체는 제조사들이 담합과 정부 로비를 통해 시장의 요구를 무시해올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4년 트럭의 캡(운전공간)을 현재의 네모반듯한 벽돌 모양에서 공기역학적이고 연료효율적인 디자인으로 바꾸도록 하는 방안을 지연시킨 일이다. EU 당국은 당초 이러한 규제안을 2017년까지 도입하려 했지만, 프랑스, 스웨덴 등 트럭 제조사가 있는 국가들이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2025년으로 도입 일정을 늦추자고 버텼다. 결국 이 방안은 2022년에 도입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윌리암 토트라는 환경운동가는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에) 트럭 회사들은 모여서 새로운 디자인을 막기 위한 거래를 했다. 이러한 태도는 지난 20년 동안 트럭 연비에 있어서 거의 진보가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지적했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 측은 이에 대해 “1965년 이래 유럽 지역 트럭의 연료 소비는 60% 줄었으며, 오염물질 배출도 1990년 이래 98% 줄었다”고 해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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