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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포도, 스위스 체리 “아니 벌써”…빨라진 여름, 개화시기도 앞당겼다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전 세계 여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5월 들어 때 아닌 폭염에 허덕이고 있다. 프랑스의 포도나무, 스위스 체리나무, 영국 여름 꽃들은 벌써부터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자연기후변화)’ 최근호에 실린 프랑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는 40년 전에 비해 10일 가량 앞당겨졌다. 1960년대 초에는 여름이 4월 10일경 시작됐지만 2010년에는 3월 30일부터 여름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유럽의 여름이 빨라진데 대해 반세기가 넘는 동안 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를 지목하고 있다. 동유럽의 겨울철 눈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대륙의 찬 공기 순환이 억제되면서 대기가 따뜻해져 이른 시기에 여름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개화 시기가 빨라진 여름 꽃[사진=기후변화행동연구소]


미국에서도 1948년 이래 봄과 여름이 10년 주기로 1.5일 정도 빨리 찾아왔다. 반면 가을과 겨울의 시작은 더 늦춰졌다. 변화 양상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멕시코 만과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매 10년마다 여름이 3일 정도 앞당겨져 그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기온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 1951년부터 2000년 사이 여름이 6일 정도 빨리 시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겨울철은 11일 정도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여름이 앞당겨 지는 등 계절 시계가 어긋나면 자연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 예로 개화 시기가 달라져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들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새들은 계절성의 변화를 알리는 지표 중 하나다. 개똥지빠귀, 굴뚝새 등 새들의 개체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0년간 지구온난화는 유럽 및 북미지역에 살고 있는 새들의 서식지에 영향을 줬다.

고위도에 서식하는 캐나다솔새(Cardellina canadensis)의 경우 둥지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습지들이 말라가고 있다. 흰목참새(Zonotrichia albicollis)의 북부 번식지도 줄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 등 온화한 기후의 남부 지역에 사는 미국울새(Turdus migratorius)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계절 시계의 혼란은 수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10년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폭염은 봄에 관찰되는 호수의 물 순환(호수 표층과 바닥의 물이 교환되면서 산소가 호수 바닥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순환을 통한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이는 어민들의 생계와 관광 수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박선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인턴연구원은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나비의 서식지가 북상하는 등 자연이 짜놓은 시간표가 헝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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