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먹칠…트럼프측서 ‘낙마론’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메일 사냥개’에 물려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특히 클린턴이 국무부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미 국무부 보고서는 “믿을 수 없는 힐러리”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선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당장 “미치광이인 버니 샌더스와 맞붙을 수도 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의 낙마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무부 “규정 위반했다”…대선 내내 ‘이메일’ 유령에 잡힌 힐러리=미 국부부 감사관실은 25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8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부를 떠나기 전에 업무에 사용했던 이메일 기록을 모두 제출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따라서 국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감사관실의 의견이 실렸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재임 중 사용한 사설 이메일 문제에 대한 국무부의 면담 요청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제작했거나 수신한 연방정부 기록물을 인쇄한 뒤 국무장관실의 관련 문서들과 함께 보존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내용도 포함됐다.

국무부 감사관실은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존 케리 현 국무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등 전임 국무장관 3명을 면담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부 측의 면담을 거부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국무부 업무와 관련된 문서를 사설 이메일 서버로 주고받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된 미 정부의 첫 보고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보고서가 클린턴 전 장관의 불법적인 행동을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불신 이미지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와 CNN 등 미국 언론들도 국무부 감사관실의 보고서 내용이 클린턴 전 장관의 주요 악재 중 하나인 ‘이메일 스캔들’의 영향력을 키울수 있다고 풀이했다.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국무부) 보고서는 국무부의 전자기록물 보존 체계의 문제점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기록을 적절하게 보존하고 공개하기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팰런 대변인은 성명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분명히 이 보고서를 정파적인 목적으로 왜곡해 표현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가 나온 직후 트럼프는 “그녀에게 오늘 좀 나쁜 소식이 있었다. 감사보고서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나는 힐러리와 경쟁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치광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와 할 수도 있다”며 “그는 미치광이다. 하지만 좋다. 우리는 미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낙마하면 “조 바이든 부통령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끼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결국 국무장관 재임 중 사설 이메일을 사용한 ‘이메일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급락하는 밀레니얼 세대 지지율…적신호 켜진 힐러리=게다가 대선 경선판을 흔들어온 18~29세의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6~19일 유권자 8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45%로 불과 2개월만에 19%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트럼프는 그 사이 17%포인트나 뛰어 올라 클린턴 전 장관과의 격차를 3%포인트 차로 좁혔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