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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7 정상 이세신궁 참배 논란된 이유日제국주의 정당화·일왕 신격화 일조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방문한 이세신궁은 일본의 3대 신궁으로, 일왕을 신격화하는 대표하는 신사다. 이들의 참배가 논란이 된 이유는 단순히 일왕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를 방문했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 근대 정치사상인 ‘국체 원리주의’의 총본산인 신사에 대한 참배이기 때문이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의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일왕의 기원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를 모시는 신사다. 우리나라의 단군신앙의 유적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제정일치와 국체 원리주의를 주창한 일본 ‘천황신화’의 총본산이다.

일본의 막부시대 붕괴를 이끈 원훈(元勳)세력은 ‘천황’ 중심의 일본제국을 구축했다. 이후 패전으로 일본제국이 붕괴하면서 ‘천황’을 인간으로 명시한 ‘일왕’체제로 바뀌었다. 이세신궁을 ‘참배’한다는 것은 ‘인간’ 선언을 한 일왕의 조상을 ‘신’으로 존중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참배는 단순 문화적인 행사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계 경제의 46%를 주름잡는 G7 정상들이 일본의 전통 참배양식인 ‘미카키우치 참배’를 드린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G7 정상들의 이세신궁 참배를 단순한 문화행사로 인식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를 건설한 원훈 세력 때문이다. 원훈 세력은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의 사회적 통합과 일왕을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신민(臣民)통치를 위해 이세신궁을 일왕숭배의 상징물로 적극 활용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 博文)는 일본 제국 헌법을 제정하면서 제 1조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인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를 마련하고, 제국주의의 핵심사상인 ‘팔굉일우’(八紘一宇)를 주창하면서 이세신궁을 참배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다섯 차례 이세신궁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유명한 일화는 러ㆍ일 전쟁 개전 때와 다이쇼 일왕이 왕세자였을 당시인 메이지 40년(1907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해당 일화는 ‘이세신궁에 국가 번영을 기원하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이세신궁이 일본 보수세력의 ‘성지’(聖地)라고 불리는 이유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G7 정상회의 개최지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계기에는 지난해 1월 5일 이세신궁 참배가 있었다. 이세신궁을 참배하던 중 아베 총리는 “손님을 초대하기 좋은 장소”라고 말해 내각 관계자가 이세시마 지역을 관할하는 미에(三重)현 지사에게 “정상회의 개최지로 출마신청하라”고 조언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지난 12일 미에 현의 지자체는 26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세신궁에 일반인의 출입과 참배를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미카키우치 참배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세신궁 내궁의 어정전을 둘러싼 담장 안쪽에서 진행하는 참배 행사다. 두 번 고개 숙여 절하고 두 번 박수친 다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절하는 방식인 ‘니하이 니하쿠슈이치하이’(二二拍手一)라는 일본 전통 예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정식 참배’로 분류된다.

당초 각국 정상들은 아베 총리의 안내를 받아 가벼운 방문형식으로 이세신궁을 둘러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정치인들은 이세신궁의 의미를 강조하고자 이세신궁 참배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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