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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 덩어리, 껍질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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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과일 오렌지·자몽등 감귤류 껍질 영양소도 슈퍼급
-체내 나쁜 콜레스테롤 낮추는데 필수 영양소



마음먹을 때마다 늘 다시 찾게 되는 것이 고구마다. 흙을 털어내고 열심히 껍질을 씻은 다음 냄비에 쪄내는 것은 간단하고 익숙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누군가 살면서 귀찮은 일을 이야기해 보라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고구마 껍질을 벗기는 일’이라고 대답할 테다. 알맹이가 최대한 벗겨지지 않게 살살 껍질을 벗겨내는 것은 꽤 신경 쓰인다.

단지 고구마 뿐만이 아니다. 과일을 먹을 때도 깎는 것이 자연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껍질을 깎는다. 세척과 껍질 제거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다.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맛있는 ‘알맹이’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과정이 정작 채소나 과일이 가진 영양소가 집중돼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식품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혹여 잔여물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껍질을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즐기기란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껍질이 갖고 있는 영양에 주목한다. 당연히 버려야 했던 껍질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 됐다.



웬지 께름칙…껍질 깎아먹거나 쓰레기로

과일이나 채소에 색을 내는 역할의 9할은 껍질의 몫이다. 흔히 사과를 빨갛다고 생각하는 건 껍질이 붉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채소는 제각기 빨강, 노랑, 초록 등등의 색감을 갖고 있는데, 색을 띄는 껍질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파이토케미컬’이 함유돼 있다.

다시 사과로 돌아가보면, 빨간 사과를 깎아서 흰색 알맹이만 먹는 것은 정작 ‘빨간 사과’가 본래 갖고 있던 영양을 모두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색을 조합해서 식단을 구성하라는 것도 이 파이토케미컬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색마다 갖고 있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식탁의 색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 채소, 통곡물, 혹은 다른 식물성 식품들은 심혈관 질환, 고혈압 등 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각종 질환들을 막아주는 성분인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다. 핵심은 껍질과 함께 먹는 것에 있다.

채소와 과일은 다양한 색을 조합하는 것이 좋은데, 녹색의 경우 케일이나 시금치, 노란색은 고구마나 옥수수, 붉은 색은 토마토나 딸기, 파프리카 등이 있겠다.

블루베리, 포도는 다행히 껍질째 먹는 것이 대중화된 과일들이다. 이들 베리류의 껍질 속 안토시아닌은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항산화물질’로 이름이 나 있다. 안토시아닌은 암과 심장 관련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염증 위험을 줄여주는 등 다양한 건강적 효능과 관련된 항산화물질이다.

껍질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체내 나쁜 물질의 배출을 돕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등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꼭 필요한 영양소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는 당뇨나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쉽게 포만감을 줘서 체중 조절에 탁월하고 장 건강에도 효과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비타민A, 비타민B를 비롯해 칼슘, 망간, 아연 등 각종 미네랄이 집중돼 있는 곳도 껍질이다. 



껍질제거 섭취땐 영양소 절반 버리는 격

사과의 껍질에는 사과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의 절반 가량이 들어 있다. 약 중간크기의 사과 하나에는 9g의 비타민C, 200g의 칼륨이 들어 있다. 껍질을 제거하고 먹으면 이들의 약 3분의 1을 버리는 셈이다.

비타민K는 사과에 껍질에 들어 있는 양이 알맹이의 약 4배에 달한다.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5% 정도를 차지한다. 비타민K는 육류나 시금치, 녹색채소에도 다량 함유돼 있는 영양소다. 뼈 건강 뿐만 아니라 뇌 활동에 관여하는 특수한 지방인 스핑고리피드(sphingolipids)의 생성을 도와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또한 사과의 껍질에 있는 항산화성분은 폐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껍질을 잘 먹지 않는 또 다른 채소를 고르라면 감자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 부분에서 감자기 등장하는 이유도 사과와 같다. 감자의 껍질에는 아연, 칼슘, 칼륨, 마그네슘, 각종 비타민들이 다량 들어 있다. 약 100g의 감자 껍질은 같은 양의 알맹이와 비교했을 때 칼슘함량이 17배 높다.

감자의 껍질을 먹지 않으면 감자가 갖고 있는 아연의 90%, 식이섬유의 약 절반가량을 놓치게 된다.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고구마 껍질은 베타카로틴의 좋은 공급원이다. 베타카로틴은 소화과정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데, 비타민A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장기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한 영양소다.

오렌지, 레몬, 자몽, 라임 등 시트러스류도 ‘슈퍼껍질’을 가진 과일들이다. 오렌지 껍질에는 알맹이보다 두 배 많은 비타민C가 들어 있다. 리보플라빈과 비타민 B6, 칼슘, 마그네슘, 칼륨도 풍부하다. 리보플라빈의 경우 철분 등과 함께 근육을 키우는 비타민B의 일종이다. 껍질이 가지고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항암작용과 항염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같은 감귤류의 껍질을 먹는 것은 쉽지 않다. 맛도 쓴데다가 쉽게 소화하기 힘들다. 대신 껍질을 갈아서 샐러드에 향을 더하는 용도로 쓰던가, 껍질을 얇게 저며서 청으로 만들면 어렵지 않게 껍질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오이, 가지 껍질에도 놓치면 아까운 영양들이 가득 들어 있다. 짙은 녹색의 오이 껍질에는 항산화물질과 식이섬유, 칼륨이 풍부하다. 오이가 가진 대부분의 비타민K는 껍질에 있다. 가지의 껍질에는 나수닌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는데, 특히 뇌건강과 신경건강 유지에 탁월하다. 노화를 막고 항염작용을 하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며 피부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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