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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처럼 털릴라” 실리콘밸리 IT 업계 보안 강화 바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실리콘밸리에 보안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테러리스트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문제를 둘러싼 애플과 FBI 간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정부가 기업에게 언제든지 고객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IT 업계에서 부족한 예산을 짜내서라도 보안을 강화하려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기존에는 암호화를 풀 열쇠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열쇠 자체를 없애 버리는 식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 당국이 개인 정보를 요청했을 때 애플처럼 배짱 좋게 튕길 수 있으려면, 열쇠가 없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IT업체 엔보이(Envoy)도 그런 바람을 타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건물에 손님이 방문하면 손님에 대한 정보를 해당 건물 측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 업체는, 기존에는 손님의 개인 정보를 암호화해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자사에서 관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열쇠를 고객에게 전적으로 넘김으로써 엔보이는 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고객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영영 자료를 복구할 수 없도록 말이다. 애플처럼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을 경우 “우리한테는 열쇠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엔보이의 CEO 레리 가데아의 설명이다.

브라켓 컴퓨팅(Bracket Computing)이라는 스타트업 역시 한 달 전쯤부터 고객만이 자신의 개인 정보에 대한 열쇠를 보유하게 하는 암호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회사의 CEO 톰 길리스는 당국의 수사를 받을까봐 염려된다며 언급을 꺼려했지만, 골드만삭스나 블랙스톤 같은 대형 금융회사들부터 미디어, 자동차 회사 등이 고객이라고 했다.

구글이 최근 공개한 모바일 메신저 ‘알로’가 메시지 송신자와 수신자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중간 모든 단계를 암호화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암호화 열쇠를 삭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 역시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IT업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이폰 잠금 해제’와 같은 공방이 다른 형식으로 언제든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IT 업계에서는 고객 정보를 많이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통념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사이버 범죄나 정부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골칫거리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일례로 리차드 버 상원의원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법원의 명령이 있을 경우 기업이 정부에게 고객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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