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아닌 밤 중에 홍두깨
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홈쇼핑에 대해 6개월간의 프라임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이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난해 사업자 재승인을 받았다는 감사원의 판단에 따른 후속 조치다. 국내 방송사에 방송 중단 제재가 내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처분이 확정되면 롯데홈쇼핑이 입게 될 손실은 수백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의 프라임 시간대는 보통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총 6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하루 취급고의 절반 정도가 발생한다.

취급고는 유통업체에서 상품을 판 규모를 집계하는 금액이다. 롯데홈쇼핑의 하루 취급고는 평균 60억~70억원. 프라임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6개월간 최대 6300억원의 취급고를 날리게 된다. 롯데홈쇼핑이 잘못 한 건 맞지만 너무 가혹하다.

롯데홈쇼핑보다 더 떨고 있는 곳은 협력사들이다. 롯데가 소개하는 상품을 제작ㆍ판매하는 협력사는 500여곳이다.

이들 협력사는 시청자 주목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에 다른 협력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렇게 손에 쥐는 돈은 프라임 시간대 방송이 나갈 경우와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 될 것이다. 보통 취급고의 70%는 협력사가 가져간다. 프라임 시간대 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6개월간 협력업체에 들어갔을 돈 중 3700억~4400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단독소싱’ 상품을 늘리고 있다. ‘우리 채널’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인해 판로가 막힌 제품을 다른 업체를 통해 팔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연간 의무 편성 비율을 65%까지 잡고 있다. 제품력은 있지만 기존 유통업체의 벽을 뚫을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이 ‘대박 신화’를 썼던 곳이 홈쇼핑이다. 앞으로 6개월간 롯데에서 이런 신화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협력사 임직원들의 심정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이나 착잡할 것 같다.

- 도현정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 기자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