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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한국경제] 앞으로 깊어지는 ‘늪지형 불황’… 사상초유 실업대란 ‘성큼성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우리경제는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긍정적인 신호가 점점 소멸되는 사상 초유의 늪지형 불황에 빠져 있다. 다수의 소(小)파동 속에 경기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멀티딥(multi-dip)형’ 불황이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진단한 2016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우리경제는 대부분의 분야가 침체에 빠지는 ‘전방위형’ 불황, 민간의 방어력이 약화되는 ‘자생력 부족형’ 불황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경제는 일부 지표의 개선 조짐에도 불구하고 첩첩이 쌓인 악재와 변수로 시계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지난해 1월부터 16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간 감소세를 보여온 수출이 미약하지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이달 1~20일 사이 수출은 248억4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상 수출은 전체 경제기조를 좌우한다. 그 동안 수출부진으로 기업 실적악화→생산위축→고용부진→내수위축의 악순환이 펼쳐지면서 깊은 주름살을 만들었다. 하지만 수출의 기조적인 회복을 기대하긴 이른 상태다.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는 대체로 ‘우하향(右下向)’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4분기(전기대비 -0.9%)에 이어 올 1분기(-0.8%)에도 감소세를 지속했고, 설비투자도 올 1분기에 전분기대비 5.8% 감소해 기업현장의 위축을 반영했다.


재정과 내수가 경제를 떠받쳤으나 한계가 있다. 재정은 올 1분기 14조원 이상 조기집행했지만, 2~3분기에 쓸 예산을 앞당겨 쓴 것에 불과해 하반기 ‘재정절벽’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도 가계부채와 노후불안 등으로 계속 늘리기 어렵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71.9%로 떨어지며 사상최저치를 경신했고, 50대 이후 중장년층의 소비성향은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포함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속속 하향조정되면서 2%대 중후반으로 수렴되고 있다. 다음달 말 정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고 재정보강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최대 변수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해운과 조선을 필두로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선 3사가 인력ㆍ조직감축과 자산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가운데 최소한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실직자가 나올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번주부터 노사간 충돌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취업자는 매월 12만~15만명의 증가세(전년동기대비)를 지속하면서 취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이것이 4만8000명으로 급감해 이미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한 간접출자를 병행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나 세부내용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자본확충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개혁의 ‘골드타임’을 놓칠 경우, 늪지형 불황에 직면한 한국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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