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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무용의 대모’ 카롤린 칼송, 100세 현역을 꿈꾸다
[헤럴드경제(파리)=김아미 기자] 무용가에게 더 이상 나이는 중요치 않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카롤린 칼송(73)은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뜨거운 현역이다. 독일 피나 바우쉬(1940-2009)와 동시대 활동해 온 칼송은 서구 무용에 동양적 정신성을 수용하며 현대 무용계에 혁신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06년 ‘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73)와 ‘느린 달(Full Moon)’을 공동 안무하고 직접 무대에도 서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유럽 무용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칼송이 10년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11년 그의 대표작 ‘블루 레이디’가 국내 초연되기도 했지만, 핀란드 안무가이자 칼송의 “영적인 아들” 테로 사리넨(52)의 버전이었다. 


카롤린 칼송의 ‘블랙 오버 레드’ 공연 모습. [사진제공=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사무국]
카롤린 칼송의 ‘블랙 오버 레드’ 공연 모습. [사진제공=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사무국]

오는 9월 개막하는 ‘서울세계무용축제(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ㆍ시댄스)’의 ‘프랑스포커스’ 부문에서 칼송은 ‘단편들(Short Stories, 9월 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라는 테마로 ‘밀도(Density) 21.5’, ‘블랙 오버 레드(로스코와의 대화ㆍConversation avec Rothko)’, ‘버닝(Burning)’ 3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18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칼송을 만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뉴욕을 거쳐 파리, 핀란드, 헬싱키 등을 무대로 활동해 온 그는 “프랑스어 실력이 형편없다(Terrible)”며 인터뷰 내내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절묘하게(?) 뒤섞었다. “나이를 존중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좋아한다”며 “보꾸 드 리스펙트(Beaucoup de respect)”라고 말하는 식이다. 


파리 한 카페에서 만난 칼송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즉흥 안무와 같은 동작들을 선보였다. [사진(파리)=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그는 일본 ‘부토(舞蹈, Butohㆍ1950년대 전후 일본에서 시작된 잔혹한 양식의 춤)’의 디바 오노 가즈오(1906-2010)를 언급하면서 “전통과 연륜, 지혜를 대변(Represent)했던 오노 가즈오는 내게 큰 영감을 줬다”며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 또한 연륜을 존중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노 가즈오는 40세에 무용을 시작, 103세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일본의 전설적인 무용수다. 


파리 한 카페에서 만난 칼송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즉흥 안무와 같은 동작들을 선보였다. [사진(파리)=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칼송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김매자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여인(Fantastic woman)”이라며 무한 신뢰와 존경을 드러냈다. 그는 “마담 킴의 솔로는 너무나 아름답다(Tres bell). 그의 춤에는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칼송은 서울을 “매우 크고 모던한 도시”로, 한국 관객들은 “호기심이 많은 관객들”로 기억했다. 특히 “한국 관객들과 대화하며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매우 재밌었고 환상적인 시간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직접적(Direct)이고 즉흥적(Spontaneous)이면서도 서로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65세의 남동생이 미국에서 만난 한국 여자친구와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며 한국과의 진한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동양적 가치를 숭상하며 영적인 것에 천착하는 안무가 칼송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 춤의 매력에 대해 “내면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에 비해 동양 사람들은 눈이 작다. 이 때문에 무용 동작을 할 때에도 그 의미가 눈을 통해 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으로부터 표현된다. 같은 안무라도 나의 무용단과 한국 무용단의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칼송은 시각예술에 대한 조예도 드러냈다. 파리 퐁피두센터가 그에게 마크 로스코(1903-1970)에 대한 비평을 맡기기도 했다고. 2013년 창작 초연한 ‘블랙 오버 레드’ 또한 로스코의 색면 추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한국 미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하며 “이우환 같은 훌륭한 한국 작가들을 알고 있고 전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73세 무대예술 거장의 다음 작품은 영화다. 40여명의 무용수들이 등장해 춤을 추는 내용으로 현재 스크립트 작업 중이다. 2018년쯤 완성될 예정이다.

한편 칼송은 어린시절부터 클래식 발레를 배웠지만 대학시절엔 시와 철학을 전공했다. 방황하던 젊은 칼송은1965년 미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어윈 니콜라이를 만나 무용수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을 거쳐 이탈리아 라페니체극장 예술감독, 파리 떼아트르드라빌 상주 아티스트 등 유럽 유수 극장과 무용단 요직을 맡았다. 1998년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드라당스’ 안무상을, 2006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무용부문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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