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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푸틴부터 트럼프까지…‘마초이즘’ 지도자는 누가 만들었는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공장 재가동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윽박지르며 합의문과 펜을 집어던진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2009년 시멘트ㆍ알루미늄 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러시아 최고의 부호 올레그 데리파스카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외국 지도자들은 내가 매우 강하고 터프하기 때문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도자들을 약간 걱정하게 만들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푸틴부터 트럼프까지…. ‘마초남’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레데프 타이예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그리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까지. 세계를 지배하는 ‘마초이즘’ 지도자의 이름은 쉼 없이 이어진다. 이쯤되면 ‘마초남’이 전 세계를 쥐락펴락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사진=게티이미지]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자 LA타임스는 “마초이즘이 국제적인 트렌드가 됐다. 19세기 정치사를 주름잡던 독재형 리더십이 부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스트롱맨(strongman)의 부활’이 국제 정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푸틴에서 시작된 마초맨ㆍ스트롱맨의 퍼즐 조각이 트럼프 열풍으로 완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 ‘마초남’들에게 열광한다. 근육질 영웅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의 출동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도시가 사라져도 “날 필요로 하면 언제든 달려가겠어”라는 말 한 마디에 관객들이 매료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안하무인 ‘마초이즘’ 지도자는 누가 만들었나?…“분노”=마초남은 분노할 수록 이성을 잃고 강해지는 영화속 ‘헐크’와 닮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추진하는 마초이즘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 혼란기나 경제난에 폭발적인 매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 외교협회(CFR)의 조슈아 컬란지크 연구원은 이와 관련 “전반적으로 사회적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찾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가 불안할 수록 사람들은 토론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를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바란다는 얘기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은 단순히 ‘범죄 척결’과 ‘막말’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부정부패, 부의 편중, 범죄의 근절을 위한 극단적인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경대응을 통해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 섬, 유명도시 다바오 지역을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만든 성과는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싱가포르의 스트롱맨, 리콴유가 눈을 감을 때까지 높은 인기를 자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도 트럼프와 같은 스트롱맨이 새로운 지도자로 선망받고 있는 이유가 “그 만큼 미국 사회의 양극화가 극심하고 미국 중산층이 추구하는 가치와 평등, 그리고 이들이 미국 사회에 발휘했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 [사진=게티이미지]

마초적인 권위주의 신봉…책임을 싫어하고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매사추세츠 대학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권위주의’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 전역 유권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권위주의 성향의 유권자의 지지를 43% 확보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교육수준, 월수입, 나이 등의 다른 지표와 상관없이 권위주의ㆍ마초이즘을 추종하고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TV토크쇼에 나와 “트럼프는 마초적인 매력을 지녔다”며 “마초적인 리더십을 향수하는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비판적인 사고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마크 헤더링턴 벤더빌트 대학교 교수는 “유권자들은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기보단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을 더 탓하기 마련이다”며 “권위주의자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은 토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강한 지도자에 복종하기를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샤디 하미드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구원은 2014년 애틀란틱스에 “사회가 불안정할 때 사람들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줄 영웅을 찾게 된다”며 “이집트가 민주주의 대신 사회 안정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안하무인격인 마초이즘은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나라(민족)만 아니면 돼”. 하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은 무역과 양자협정의 사슬에 엮인 국제사회에 불협화음이 된다. 세계 지도자들이 두테르테의 필리핀 대통령 당선에, 그리고 트럼프의 열풍에 좌불안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마초적인 권위주의로 독일의 정치스타가 된 아돌프 히틀러로 인해 세계 6100만 여 명이 사망한 2차 대전이 생생한 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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