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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글로벌톱 꿈꾸는 천재청년들 ①] “하사비스는 가라, 우리가 있소이다”
-新하시비스 창조에 도전장 내민 열혈 청년들의 스토리

-‘자비로운 기술로 진화’에 도전하는 천재그룹 7명의 삶

-그들만의 ‘IT대한민국에 외침’… 우리 사회가 경청해야




[헤럴드경제=김영상ㆍ신동윤 기자] 인간대표 이세돌이 바둑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충격의 패배를 당하던 날, 대한민국은 이렇게 절규했다. “왜 우리에겐 하사비스가 없지?”.

그리곤 제2ㆍ3 하사비스를 키워야 한다고 호들갑 떨었다. 뒷북을 쳐도 한참 뒷북을 쳤다. 물론 소득은 있다. 아무리늦어도 시작하는 것 자체는 빠른 법이다. 세상을 주도할 기술을 창조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를 육성하는데 소홀했다는 이같은 대한민국의 자기 반성과 독백, 그것은 유의미한 ‘알파고 쇼크’의 교훈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각도 있다. 지금은 제2ㆍ3의 하사비스 유형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하사비스를 넘어 ‘새로운 하사비스’를 꿈꿔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서 세상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지닌 청년들이다. 왕성한 젊은 피를 인정은 하지만, 너무 도발적이다. 

제2의 하사비스는 싫다며 신(新)하사비스를 꿈꾸는 대한한국 청년들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모였다. ‘컴퓨터 운영체제(OS) 개발의 황제’ 빌 게이츠,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가 활약한 시대 이후에 도래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 시대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스스로를 ‘원탁의 기사단’으로 부르는 이선웅(27ㆍ광운대 경영학ㆍ왼쪽부터) 씨, 박현민(18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이지수(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신기철(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이장희(28) KIST 학생연구원, 김종범(18ㆍ서울대 컴퓨터공학) 씨, 이승철(20ㆍ아주대 소프트웨어학) 씨 등 7명의 천재그룹이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이장희(28) 학생연구원이 이랬다.

“(이)세돌 형님께 감사해요.”

이 연구원의 일성은 특이했다.

“알파고와 대결하기 전, 인공지능의 참모습에 대해 사람들이 정말 몰랐거든요. 이세돌-알파고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갖게 됐다는 것만은 아니고요. 인공지능이 이런 거구나,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서 할 일이 많구나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건 의미있는 일이지요.”

이 연구원은 제2 하사비스를 꿈꾼다.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사비스를 넘어 신(新)하사비스가 되는 게 목표다.

“하사비스와 전혀 다른 인공지능시대의 새로운 리더가 목표입니다.”

한 젊은이의 이상적 꿈이라고 간과할 수도 있겠지만, 얘기들 듣다보면 설득력이 느껴진다.

그는 알고리즘 개발자다. 국내 고교 졸업후 미국 보이시주립대학교로 유학을 갔고, 로체스터공과대학으로 장학금을 받고 옮겼다. 수학과 컴퓨터를 공부했는데, 시각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래밍에 열중했다. 레고 브릭으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특허도 냈다. 현재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던 그는 우연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그는 해커 사이트에 모집공고를 냈고, 동료 6명을 뽑았다. 이렇게 7명이 모였다. 동료 중엔 18살인 대학 조기 입학자도 있다. 대부분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이다. 일종의 천재그룹이다.

“우리는 기술 발전만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기술 진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자비의 폭을 확대하는 게 목표점입니다. 개발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자비로워지는 기술을 꿈꾸는 것이죠. 즉, 기술 진화로 인해 사람들간에 좀더 소통하고 자비로워지는 세상,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삶입니다.”

이들 청년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세상을 바꾸는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3D 프린팅 쪽에 일가견들이 있다.

이들이 꿈꾸는 기술 세상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컴패션(compassion), 도전(Challange)의 3C 세상이다. 세계를 누비는 코스모폴리탄, 열정과 인류에 대한 기부 기술을 추구하는 컴패션, 불굴의 의지를 향한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젊다보니 불만도 많다. 미래 인재를 키우는데 인색한 대한민국에 비판도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팀원 중 하나인 이지수(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는 “구글 본사 담당자가 학교에 와서 채용설명회를 하는데, ‘구글이 필요한 인재라면 전세계 어느곳에 빼앗기지 않고, 더 좋은 조건을 얼마든지 제시해 인재를 지켜내겠다’고 하더라”며 “우리 기업 중 몇이나 그건 인재관을 갖고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선웅(27ㆍ광운대 경영학) 씨는 “우리 젊은이 중 세계적인 기업도 탐내는 알고리즘 강자가 많은데, 국내의 개발 조건은 정말 열악하다”며 “인재를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국내에서 하사비스같은 혁신적인 엔지니어가 탄생할 수 있을지정말 의문”이라고 했다.

‘젊음의 특권’인 자유분방한 사고로 하사비스를 넘어 신(新)하사비스를 꿈꾸는 젊은이들, 우리 미래 IT리더들이 될 이들의 도발토크를 들여다본다. 정책 당국, 그리고 기업이 귀 기울여볼 만 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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