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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회 혁신’의 쇠뿔, 단김에 빼라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한다. 쇠뿔이 열에 달아올라 물러졌을 때가 적기다. 무른 뿔은 적은 힘으로도 ‘쑥’ 뽑히고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동거는 비로소 시작된다.

문제는 적기를 놓쳐 뿔이 차갑게 식어버렸을 때다. 차갑게 굳어버린 뿔은 장정 수 명이 달라붙어도 꿈쩍을 않는다. 그쯤 되면 소나 사람이나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본회의를 단 10여 일 앞둔 지금까지도 여야 간 쟁점법안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19대 국회를 보는 것은 그래서 답답하다. 4ㆍ13 총선이 끝난 직후 불붙은 ‘국회 혁신’ 논의의 열기는 이미 융해점(融解點)에 도달한 터다.

쇄신도 단김에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민의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입으로 시작된 3당 체제 아래서 당장 각종 쟁점법안의 대안이 도출됐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한 치의 양보도, 합리적인 토론도 없는 무의미한 상임위원회가 진행되는 사이 촌각을 다투는 법안들은 다시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혔다. 지난 9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가 대표적인 예다. 이날 환노위는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보험법ㆍ파견근로자법)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안건으로 다뤘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 마무리 직후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노동개혁 4법 처리에 반대하는 가운데) 노동개혁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아무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고 자랑스레 말했고, 야당 의원들은 “왜 국회가 법을 다루지 않고,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처리 역시 여야의 ‘의지 상실’ 가운데 무산됐다.

결국 쇄신과 쟁점현안 처리의 숙제는 모두 30일 문을 여는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원(院)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진 마당에 언제 혁신 행보가 시작될지는 오리무중이다.

국민은 다시 기다려야 할 뿐이다. 국회는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모든 ‘쇄신의 열기’가 식어버린 다음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미 늦은 그때는 국민도 국회의원들도 모두가 고통스러울 테니. 


이슬기 정치섹션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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