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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모델 꼭 예뻐야 된다는 법 있나요?”
개성파 여자연예인들의 반란
박나래·이국주·김숙·라미란 등
女優 전유물 화장품 광고벽 허물어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개성파 여자 연예인들이 미녀배우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화장품, 주얼리 광고시장의 벽을 넘고 있다.

최근 이국주 박나래 김숙 등 대세 개그우먼과 개성있는 외모의 여배우 라미란이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직업을 위해 이미지 관리는 진작에 포기했던 이들에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이들의 무기는 ‘개성’. ‘예쁜 척’하는 광고와는 작별이다. ‘있는 그대로’를 당차게 보여주는 매력이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들의 반란, ‘나도 모델이다’=’개성’의 미(美)가 코스메틱계에 샛별처럼 떠오르고 있다. 10대, 20대의 추앙을 받는 로드 샵 화장품부터 고급 화장품, 주얼리 모델까지 말 그대로 ‘섭렵’이다.

개그우먼 이국주는 최근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신제품 광고 모델에 발탁됐다. 이국주의 트레이드 마크인 ‘먹방’을 그대로 살려 자신의 캐릭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CF에서 이국주는 “저 이제 손님 아니에요. 저 이니스프리 모델이에요, 모델”이라는 멘트와 함께 ‘먹방쿠션’을 선보인다.

또 다른 대세 개그우먼 박나래도 최근 화장품과 주얼리 업계에 러브콜을 받았다. 박나래는 SK2 광고 모델로 낙점됐다. 화장품 광고의 편견을 깨고 자신의 강점인 ‘분장’으로 승부했다. 영화 ‘히말라야’, ‘마션’ 등 영화 속 캐릭터 분장을 하고 극한 상황에서도 촉촉한 피부를 유지해준다는 콘셉트를 표현했다. 최근 주얼리 업체 스와로브스키와도 계약을 맺고 페이스북을 통해 화보 촬영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10대, 20대의 소녀 이미지를 내세우는 에뛰드하우스도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지난 2월 상큼하고 발랄한 ‘요정’으로 개그우먼 김숙을 택했다. 김숙이 JTBC ‘님과 함께’에서 윤정수와 최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걸크러쉬’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던 때였다. 제품 광고에서도 김숙은 그만의 당차고 발랄한 요정으로 변신해 여심을 사로잡았다.

개그우먼 못지 않게 개성으로 승부하는 여배우도 화장품 모델 대열에 합류했다. 김숙과 동갑내기인 배우 라미란이다. tvN‘응답하라 1988’에서 ‘센 언니’이자 정 많은 팜므파탈 ‘정봉이 엄마’를 연기하던 라미란은 명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이른바 ‘갈색병’ 모델로 선정됐다. 에스티로더는 ‘방부제 미모’ 박주미가 모델을 했던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들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들의 강점은 ‘친근함’이라고 말한다. 이국주를 비롯한 개그맨, 예능인이 대거 소속된 제이디브로스 관계자는 “강점은 코믹한 이미지와 입담으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며 “많은 광고주들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이들에게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파 모델, 소비자들에게 먹힐까?=이들이 발탁된 배경에는 외모나 신비주의가 아닌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이국주는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성’을 누구보다 잘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이국주의 광고 영상은 공개 사흘 만에 무려 100만 뷰를 돌파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이국주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국주씨의 밝고 솔직한 매력이 우리 제품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점쳤다.

김숙이 발탁된 배경도 김숙만의 매력이 제품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 데 있다. 에뛰드 관계자는 “제품 자체가 생기 가득한 피부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을 강조하는 건데, ‘활력’, ‘생기’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개그우먼이 김숙이었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대중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에뛰드 관계자는 “반응이 정말 핫 했다”며 “매출을 떠나 페이스북에 올리자마자 반응이 뜨거워서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화장품 광고 업계 관계자는 “개그우먼이나 개성파 여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쉽다”며 “일반 화장품 모델 같은 경우 ‘그 모델이 쓰니까 나도 써보고 싶다’거나, ‘나도 저 제품을 쓰면 모델처럼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뷰티 쪽이 트렌드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민감한 분야인데 요즘 트렌드가 개그우먼이다 보니 그런 트렌드를 또 빨리 수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속모델’은 아직, ‘제품모델’에만 그치는 건 한계=다만 이들은 전속모델이 아닌 단일 ‘제품 모델’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전속 모델로는 아직도 ‘미’의 기준이 엄격하게 서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이들 개성파 모델이 넘지 못한 벽이다.

이국주가 제품 광고를 한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여전히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가 전속 모델이다. 김숙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광고도 단일 제품 광고다. 에뛰드 역시 매장 전면에는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 사진이 걸려있다. 박나래가 광고를 한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의 경우에도 외국 배우 미란다 커가 아직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우 라미란도 ‘갈색병’ 단품에 한해 광고를 진행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과감한 시도는 아직이라는 말이다.

그럴지라도 특정 제품의 경우 특정 모델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과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지면 홍보 효과를 200% 발휘할 수 있다. 그들의 장점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접점이 제품 모델인 것이다. 강한 개성은 때로는 기회이자 한계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예쁜 모델들에만 열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성파 여성이 소비자들의 마음과 발길을 돌려 놓고 있다.


이은지 기자/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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