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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제타 플랜’의 교훈…경제 정책, 포퓰리즘으론 안된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 지난 1998년 벨기에 정부는 신규졸업자의 50%에 이르는 심각한 청년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종업원 25인 이상 기업에게 1년간 1명 이상의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한 것이다. 2년 뒤인 2000년에는 더욱 강화된 ‘로제타 플랜’이 가동됐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청년실업자를 고용인원의 3%까지 추가적으로 의무 채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고용주에게는 미채용 청년 1인당 약 9만원의 벌금까지 물렸다. ‘로제타 플랜’은 시행 첫 해 약 5만건의 고용계약 체결되며 청년실업의 특효약으로 자리잡는 듯 했다. 청년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일시적으로 17.4%까지 하락했지만, 시행 3년 만인 2003년엔 다시 21.7%로 치솟았다.

‘로제타 플랜’의 효과는 딱 거기까지였다. 청년층에 밀려난 중장년층의 실업은 갈수록 증가했고, 수혜를 입은 청년 취업자들에 대해 ‘저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효과를 낳는 등 부작용을 남기고 2004년 폐기됐다.



경제계는 16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부활된 20대 총선 결과를 받아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 차질은 물론, 내년 19대 대선 승리를 위해 정치권이 반기업ㆍ포퓰리즘이라는 칼자루를 꺼내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걱정들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강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의 논의가 본격화 될 조짐속에 여야를 막론한 각 당은 최근 잇따라 비슷한 청년실업 해결 대책을 내놨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기업의 청년고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이른바 ‘청년고용할당제’가 공통된 뿌리다.

정치권이 논의중인 ‘청년고용할당제’는 공공부문에 한시적으로 적용중인 할당제를 민간으로 확대, 300인 이상 기업은 매년 정원의 3~5% 이상 고용 규모를 늘리도록 하는 것으로 이미 13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청년고용할당제’는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 극단적 조치이며, 위헌소지까지 다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주장이 곳곳 제기되고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지난 28일 경총포럼에서 청년고용할당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내수시장을 살리기위해 소비를 일정수준 늘리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겠나”라며 청년고용할당제가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34세 이하 청년고용할당제가 시행되면 35세 이상 구직자는 사실상 취업을 제한받게 될 것”이라며 “지난 2014년 헌재가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에 합헌 판결을 내렸을 당시에도 4대5로 위헌 다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청년고용할당제가 구직자들의 취업기회 감소는 물론 구직자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화되며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고용할당제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경우 기존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일자리의 질 하락, 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의 투자감소, 해외 이전 등도 우려된다”며 “성장중인 중소기업은 할당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청년고용할당제 논의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가 부족하면 강제로 채용을 늘리도록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상은 다분히 포퓰리즘적이다”라며 “정치인에게는 표로 이어지는 상책일수 있지만, 우리 경제라는 측면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은 하책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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