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슬픈 가정의 달 ②] 치매 앞에 효자 없다…가족이 무너진다
-예고없이 찾아온 부모 치매로 금전문제 비화
-부모 봉양ㆍ재산분할 문제 등 법정소송 증가



[헤럴드경제=김현일ㆍ고도예 기자] 7남매의 맏이였던 장모 씨는 30여년간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살며 장남 노릇을 했다. 지난 2009년 아버지가 뇌경색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함께 통원치료를 다니며 아버지를 살뜰히 보살폈다. 하지만 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이듬해부터 요양원에 모시게 됐다.

장 씨는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병원비부터 간병비, 요양비, 의료기기 구입비까지 모두 혼자 부담했다. 그 금액만 3400만원에 달했다. ‘장남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던 장 씨는 결국 동생들을 상대로 자신이 이제까지 낸 아버지 부양료를 돌려달라며 수원지법에 소송을 냈다.

부모의 치매로 인해 종종 가족간 소송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분당서울대병원이 2012년 발표한 치매인구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인구는 2015년 65만명에서 2020년 84만명으로 5년간 20만명 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치매 노인의 급격한 증가는 종종 가족들 간 금전 문제로 비화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고없이 찾아온 치매 때문에 부모가 상속이나 재산분할에 관해 미처 유언을 남기지 못하거나 앞선 사례의 장 씨처럼 치매 부모의 봉양문제 등을 놓고 형제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박모(72) 씨는 90세를 넘긴 고령의 아버지와 부동산을 두고 2014년 법적 분쟁을 벌였다. 아버지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을 증여 형태로 물려 받았으나 아버지는 돌연 아들을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며 서울남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별도의 심리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박 씨의 아버지가 소송을 내기 전부터 이미 치매 때문에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기억장애까지 보여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장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아버지는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모르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사실 이 소송은 처음부터 아버지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오빠로부터 아버지의 부동산을 되찾기 위해 박 씨의 여동생들이 아버지를 앞세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소송을 하려면 먼저 가정법원으로부터 박 씨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을 지정받았어야 했다며 소송 자체가 무효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재산에 눈이 먼 자식들의 욕심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버지를 법정에 세우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치매부모를 앞에 두고 자식간 벌어지는 재산 다툼은 돈 있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일반 계층까지 넓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1년 154건에서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으로 매년 20∼30% 증가했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