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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조선업] ‘후판 전쟁’… 조선사 “못올린다” · 철강사 “원자재가 오르는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거센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조선사들이 이제는 후판가격 인상을 놓고 철강사들과 한판 힘겨루기를 벌여야 하는 형편에 처하게 됐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사들이 마냥 싼 가격에 후판을 공급키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상황 논리를 제시하며 ‘못올린다’고 맞서고 있지만 철강사 측에서는 비용 부담을 철강사들만 떠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톤당 40달러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5월들어 70달러선을 넘어섰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자 건설 자재인 철근과 선박 건조에 주로 사용되는 후판 등 철강재 가격도 줄줄이 인상폭이 커지고 있다. 최근 철강사들은 건설사들과의 2분기 철근 기준가격을 톤당 58만5000운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1분기 대비 톤당 6만원을 인상한 것이다.

건설사들과의 철근 가격 인상에 성공한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대제철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후판이 최근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5월부터는 제품 평균 단가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판 가격 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제철 뿐 아니라 포스코 등 여타 철강업체들 역시 후판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이 힘들긴 힘들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다른 곳들도 안힘든 곳이 없다. 그래서 인상을 못했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이를 제품가에 전가를 못하면 철강업체가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인상으로 당분간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 가격 결정은 매분기 또는 반기마다 정해지는 것과 비교해 선박의 발주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2년가량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후판가격 인상분을 당장 선박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 상승분을 선박가격에 당장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몇달치를 미리 쌓아두고 선박을 건조하지만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후판이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 많다.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사 측도 철광석 가격 인상에 따라 후판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주채무 은행 등으로부터 고강도 자구안 계획 제출 요청을 받은 조선사들을 상대로 후판가격을 올려받을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점이다.

조선 ‘빅3’ 가운데 그나마 나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제철로부터 주로 많은 물량의 후판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포스코와 일본의 신일철 등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 현대제철, 일본 신일철 등 으로부터 후판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은 선박가의 20%에 이를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 상승에 따라 각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도 급격히 나빠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후판가격이 1% 오르면 경우 삼성중공업은 3%, 대우조선해양은 2.4%, 현대중공업은 1%씩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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