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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자리 없어지는 옥시…롯데마트서 “철수” 이마트ㆍ홈플러스도 “자연소멸”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일 옥시 제품의 매대 철수를 전격 결정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전 상품에 대해서 발주를 중단하고, 엔드매대에 있는 옥시 상품은 즉시 다 빼기로 했다. 엔드매대는 각 매대 끝 코너에 위치한 매대로, 고객들의 주목도가 높고 매출이 잘 나오는 핵심 위치다. 본 매대에 있는 제품들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최소한의 제품만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 제품 전격 철수’ 등의 결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옥시 제품이 ‘자연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마트 모두 옥시 판촉 행사는 중단했다. 그 외에 특정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불매 운동 때문에 옥시 매출이 줄다보니 자연스럽게 발주도 안하게 됐다는게 마트 측 설명이다. 롯데슈퍼도 옥시 제품 매출이 빠지면서 매대에서 옥시가 차지하는 면적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한국법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만에 공식 사과를 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옥시제품을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한국법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만에 공식 사과를 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옥시제품을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옥시 제품은 2주 사이에 대형마트에서 제습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옥시의 주력 제품인 표백제 매출은 38%나 빠졌다. 섬유유연제 매출도 7% 감소했다. 섬유유연제 시장은 5년여 전 피죤이 불매운동의 직격타를 맞은 사이에 시장이 크게 변화한 구조여서 더 눈길을 끈다. 당시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50% 상당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피죤은 이윤재 전 회장의 청부폭행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LG생활건강의 샤프란에 밀렸다. 2011년 기준으로 샤프란은 시장점유율 43%, 피죤은 29%. 여기에 옥시의 ‘쉐리’가 18%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하고 있었다. 피죤을 부단히 추격중이던 옥시가 5년여 후인 올해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옥시 제품을 외면한 소비자들은 경쟁사의 제품을 선택하거나, 아예 친환경 세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온라인몰 G마켓에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신장했다. 소금은 133%, 식초는 136%나 매출이 올랐다. 베이킹소다나 구연산은 천연 표백제 및 섬유유연제로 많이 쓰인다. 베이킹소다와 식초, 소금의 조합은 살균효과를 낸다. 천연 제습제인 염화칼슘의 판매량도 71%나 많아졌다.

옥시 제품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안티(anti) 옥시 운동’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옥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이벤트가 됐다. 피해자들이 5년여 동안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옥시가 이를 회피했고, 기자회견을 하는 날까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영국의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옥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수준이고, 옥시의 마트 복귀도 한동안 요원할 전망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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