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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지는 대입준비] “창의력도 대치동서 배워야”…밤늦도록 학원 떠도는 초등생
수시 비중 커지고 학생부 부각
특목고·자사고가 입시 유리 판단
선행학습·논술 등 학원 내몰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 2일 오후 8시50분.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주변은 학원가를 오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학생 행렬은 건물마다 빽빽이 들어선 학원들 간판 속으로 사라졌다. 큰 가방을 둘러매고 패스트 푸드점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중학생 한무리를 발견했다. 인근 A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14) 군은 “보습학원 들렸다가 특목고 대비 학원에 가는 중”이라며 “11시가 넘어야 집에 갈 수 있다”고 말한 뒤 쫓기듯 학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201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평균 74%에 달하면서 수시에 유리한 특목고 사교육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 전경.

창의력 학원 건물 앞에는 우산을 들고 있는 젊은 어머니들이 삼삼오오로 대기 중이었다. 자녀가 학원을 마치고 나올 시간에 맞춰 마중 나온 초등생 학부모들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가영(40) 씨는 “5학년이면 중학교 과정 선행학습에 들어간다”며 “특목고에 가려면 선행학습은 물론 창의력 수업, 논술 등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대입 수시모집에서 소논문을 쓴 기록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유리하다고 알려지면서 이 논문 작성을 도와주는 학원도 인기다. 소논문이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스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너도나도 논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옥수동에 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멀리 대치동까지 자녀를 데려와 논술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 부모는 “강북에도 논술학원이 많지만 동네에서 받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왕 소논문을 준비하려면 학원비가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대치동에 와서 하는게 낫다고 해서 이렇게 먼걸음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주요 대학들의 2018학년도 입시안에서 수시모집은 80%를 넘어섰고,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증가하면서 사교육 열풍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초ㆍ중학생들은 특목고 진학, 고등학생은 소논문 등 학종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대입 수시 비중이 커지다 보니 고입을 준비하는 중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입 학종 확대→특목고ㆍ자사고 유리’가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희영(39) 씨는 “중학교 2학년만 돼도 대부분 대학 입시를 감안해 학원 스케줄을 조정한다”며 “고등학교 올라가서 교과 수업받으면서 학생부 관리하는 것은 늦다”고 했다. 말 그대로 중학생부터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치동에 있는 초ㆍ중등생 학원의 상당수는 대입 진로를 감안한 입시학원이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특목고나 자사고만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고, 대입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며 “하지만 일반고 중에서도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갖추고 우수 학생을 길러내는 학교, 정부의 일반고 강화 방안에 따른 예산 지원과 운영 자율화를 통해 우수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학교 등이 많다”고 했다. 이어 “본인의 진로에 대해 아직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한 학생이라면, 무리해서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기 보다는 일반고에 진학해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는 것이 향후 대입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세환ㆍ김진원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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