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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역 10m 금연 둘째 날 ②] 왜 맨날 쫓겨나야 합니까?…뿔난 ‘흡연 난민들’
-금연구역 1만2000곳…흡연부스는 26곳에 불과

-“담뱃세 더 거둬놓고 흡연자 위한 예산은 없어”

-서울시의회 흡연부스 설치 조례안 무기한 표류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담배 피운다는 이유로 세금도 많이 내는데, 그 중 일부는 흡연구역을 만드는 데 써야죠.”

서울 시내 금연구역은 1만2000곳이 넘지만 흡연부스 설치 등 합법적인 흡연구역은 26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합법적인 흡연 공간이 없으니 흡연자들이 골목길 같은 이면도로나 건물 옆 자체적인 흡연공간을 만들고 있다. 비흡연자들에게선 간접흡연 피해가 늘고 있다는 호소가, 흡연자들에게선 흡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가 지난 1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4개월간의 계도 기간 이후 9월부터는 이 구간에서 흡연이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2일 오전 8시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흡연부스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들은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 뿔난 목소리도 나온다. 금연구역의 확대 정책은 어쩔 수 없다지만 담배를 피울 곳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하철 시청역 인근 흡연부스에서 만난 시민 A 씨는 “비흡연자를 위한 정책은 이해가 가지만 흡연자의 권리는 일방적으로 무시만 당하고 있어 불편하다”며 “흡연구역도 늘려달라”고 했다. 시민 B 씨는 “국민 건강증진을 핑계로 담뱃값을 2000원나 한꺼번에 올리더니 이후에는 금연구역만 늘고 있다. 무조건 피우지 말라 한다고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담뱃값 인상으로 걷은 세금 중 일부로 흡연부스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도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고 흡연자 권리도 존중해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흡연구역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월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 한편 흡연자 권리도 존중하자는 취지로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과 특화거리에도 흡연구역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발의됐지만 무기한 보류됐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일단 이번 지하철역 10m 이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조례 시행 후 실태조사를 거쳐 설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제267회 임시회 기간 관련 조례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은 지하철역 10m 이내 금연구역 지정 등 서울시 금연정책과 일부 상충된 면이 있다”고 했다. 흡연구역 설치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크고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세금은 세금대로 받아가면서 계속해서 제재만 가하고 있다”며 “지하철역 10m 밖에서는 마음대로 피워도 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 금연정책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흡연을 죄악시하는 것을 넘어 흡연자를 혐오하는 단계로까지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며 “흡연공간도 없이 단속만 하겠다는 것은 흡연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 차원에서 흡연부스 등 실외 흡연구역을 만들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내 흡연부스는 개방형 17곳, 폐쇄형 9곳 등 26곳이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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