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백척간두에 올라선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인원에 대한 해고 필요성이 커졌고, 임원에 대한 선제적 인원 구조조정으로 신호탄을 올린 현대중공업은 노사 갈등 우려까지 겹쳐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채권 은행이 산업은행인 삼성중공업 역시 5월중으로 정부가 발표한 ‘자구안 계획’을 제출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와중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수주 받았던 물량들마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올해 단한건의 수주도 하지 못한 삼성중공업은 일감 부족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주 취소 잇따라=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8일 글로벌 에
너지기업 셸로부터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규모의 FLNG(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3척 건조 계약을 취소 통보 받았다고 공시했다.
셸은 지난해 7월 호주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와 현지 브라우즈 가스전 개발 사업을 계획하고 삼성중공업 측에 FLNG 3척을 발주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우드사이드가 경기 침체 및 시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개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는 삼성중공업에까지 미쳤다.
당장 삼성중공업이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셸 측에서 공사진행통보를 내리지 않아 건조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48억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줄어들게 됐다. 취소된 이번 사업은 최근 삼성중공업 매출의 40%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경우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 에다어코모데이션으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선박 호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울산조선소에서 95% 넘게 건조가 완공된 이 설비는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해양숙박설비다. 총 800명의 인원을 수용가능하고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돼 유전개발자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에다측과 현대중공업 측은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중재를 신청해둔 상태다.
지난해부터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계약을 취소당한 경우는 총 7건으로 현대중공업 3건, 삼성중공업 2건, 대우조선 2건이다. 금액으로는 총 90억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잔인한 5월’… 대규모 구조조정 임박= 일감이 줄어들면서 일자리도 줄어들게 됐다. 첫 테이프는 현대중공업이 끊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올 상반기 임원 인사를 당초보다 3개월 앞당겨 단행하면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E&T, 힘스 등 5개 계열사의 임원 25%를 줄이기로 했다.
전체 임원 260여명 가운데 60명이 퇴직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초 사무직을 중심으로 13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현재는 생산직을 포함해 임직원 3000명을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악의 ‘수주절벽’ 우려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회사 생존을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규 임원 선임은 한 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측이 임원 해고에 나선 것은 직원 해고의 전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원 정리를 우선하고, 이후 직원 정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측이 29일부터 이틀간 상경투쟁에 나선 것도 직원 해고 저지를 위한 측면이 크다.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조만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자구계획을 받을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자구계획을 받을 계획“이라며 ”어떤 내용을 주된 내용으로 받을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고강조 인원 구조조정 압박이 거셀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2019년까지 본사 인력 3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측이 선제적으로 인원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우조선해양 역시 더 많은 수의 직원 감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도 영향권 내에 들었다. 지난 26일 정부가 주체권 은행을 중심으로 조선사들을 상대로 한 고강도 자구안을 받아 계획 이행 여부를 보고받으라 지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측은 “정부가 요구하는 자구안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重·삼성重 ‘유탄 불만’= 조선업계가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이 시급히 필요한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유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구조조정 대상은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까지 주채권은행에게 자구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주채권은행에 선제적 채권보전을 하라는 지시도 내려둔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은 KEB하나은행이고,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여기에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 부문 분리, 특화 부문 재편 등 제시됐던 여러 사업재편 방안도 모두 피해갔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낳을 수 있는 불필요한 잡음을 우려했기 때문이자, 과거 IMF 시절과 같은 심각한 국난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정부측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2년전부터 착실히 자체 구조조정을 해온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마저 채권은행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다.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