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한국판 ‘블프’ 성공하려면 官 개입 줄이기가 관건
‘한류와 함께하는 2016년 쇼핑관광축제’를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여간 개최한다고 28일 정부가 밝혔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에 실시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와 외국인 대상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통합해 새로운 개념의 대규모 쇼핑 행사를 열겠다는 게 그 골자다. 행사를 기획한 취지는 이해가 된다. 잘 만 하면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일깨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싼 값에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정부의 기대처럼 글로벌 명품 축제로 키울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

행사의 성공 정착을 위해 정부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실패’로 판명된 지난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실효성 제고에 애쓴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짧은 준비기간, 유통업체에 국한된 참여범위, 할인 품목과 할인율의 한계 등에 대한 보완책도 나름 내놓았다. 제조업체의 행사 참여를 독려하고, 온라인 쇼핑몰 참여 적극 확대를 통한 역직구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재래시장의 동참 대책이 부족하긴 하나 어떻게든 소비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절박한 의지는 느껴진다.

하지만 정부 의지만 가지고는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방식이 돼선 안된다. 시장과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맡기고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끌어모으기 등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만하면 된다. 특히 특정 생산업체에 지정해 제품을 공급하라고 강요하거나, 할인율을 지정해 유통업체를 압박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할인된 가격에 맞추느라 품질이 떨어지는 ‘세일용’ 제품을 별도로 만들거나, ‘미끼’ 할인 상품이 또 판을 치게 된다. 게다가 규모가 커져 지난해 보다 더한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할인 행사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철저하게 시장 중심으로 진행된다. 재고 상품을 떠안고 결산 시점인 연말을 넘기는 것보다 아예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게 생산업체나 유통업체에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상이다. 지난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린 중국의 ‘광군제’는 민간업체인 알리바바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쇼핑관광축제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제(官制) 행사’의 냄새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결국 성패의 관건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