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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셰익스피어 후예’들을 그리다…연극 ‘리어의 역’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40년이 지난 지금도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때론 망망대해의 난파선처럼 예술이라는 무대를 맴돈다.” (기국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ㆍ1564-1616)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 오늘날 예술이라는 이름의 대학로 무대를 맴도는 셰익스피어의 후예들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극단76의 신작 ‘리어의 역(役, 逆, 기국서 작ㆍ연출)’은 무대 위 배우의 삶에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투영시킨 작품이다. 40여년 ‘대학로 밥’을 먹어 온 극단76의 상임연출가 기국서(64)는 셰익스피어 4대 희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동시대 이야기로 소환했다. 


리어 역을 연기하는 홍원기 배우. [사진제공=극단76]
광대 역을 연기하는 김왕근 배우(왼쪽). 원래 배우 전수환이 광대역을 맡기로 돼 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을 1주일 남짓 앞두고 하차하는 바람에 김왕근이 합류하게 됐다. [사진제공=극단76]

40년동안 리어왕 역할을 연기던 배우. 리어왕처럼 그에게도 세 딸이 있다. 이제는 늙고 치매에 걸린 그는 극장 밑 지하공간에서 유폐된 삶을 산다. “나는 리어왕도 아니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건가” 읊조리며 광기에 사로잡혀 간다. 그리고 30년간 광대를 연기했던 후배이자 친구인 또 다른 노배우가 그를 찾아온다.

피붙이나 후배들도 그의 재산과 연극 유산에만 집착한다. “아버지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들은 본체만체 하고, 아버지가 돈주머니를 차면 자식들은 모두 효자가 되지”라는 광대의 대사는 리어왕의 이야기, 리어왕을 연기했던 배우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기국서 연출은 배우라는 한 길을 오래도록 파 왔던 이들에 대한 존경과 헌사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 27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기 연출은 “연극을 40여년 하다보니 배우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든 배우들의 감회가 어떨까, (연극만 하다)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면서 희곡을 썼다”며 “연기만 계속 해 왔던 분들의 모습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저절로 형성된 인품이나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매라는 설정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도 반영됐다. 그의 어머니 역시 치매를 겪다 돌아가셨다. 그는 “뇌가 파괴되면서 또 다른 환상, 또 다른 세계가 보이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며 단순히 질병으로서의 치매가 아닌, 또 다른 세계로의 연결고리로서 치매를 설정했다.

노배우 역을 맡은 배우 홍원기는 “배우로서 한 개인의 치매이자 동시에 정치사회적인 치매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공연은 5월 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6월 1일부터 5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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