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락실 격투기 게임처럼…무용수들이 펼치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연습실서 미리 본 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26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인 N스튜디오 1층 연습실에서 국립현대무용단(단장 겸 예술감독 안애순) 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공일차원(Zero One Dimention)’ 공연을 2주 남짓 앞두고 있었다.

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땀 냄새가 연습실 내 열기를 짐작케 했다. 1시간 30분 남짓 런스루(Run throughㆍ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연습)가 끝나자 땀 냄새는 곧 싸한 파스 냄새로 바뀌었다.

‘공일차원’은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한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됐다. 안애순 단장이 안무를 맡고, 영화감독 박찬경의 시각연출과 어어부밴드 장영규의 음악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라는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일차원’ 2015년 초연 당시 모습.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올해 재연되는 공연은 외부 악재 없이 관객과 만난다는 점에서 초연과 다름없는 긴장감을 준다. 영상과 무대 디테일은 초연 때와는 다르게 일부 수정, 보완됐다.

‘공일차원’은 ‘0(없다)’과 ‘1(있다)’ 이진법으로 대변되는 경쟁사회, 피로사회의 현실 속으로 가상 세계를 소환한다. 코믹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음악과 효과음을 배경으로 무술같은 안무가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숨쉴 틈 없이 펼쳐진다. 마치 컴퓨터 격투기 게임 속 히어로들이 튀어나온 듯 2명의 무용수가 짝을 이뤄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차기를 하기도 한다.

안애순 단장은 “최첨단 디지털 시대 억눌린 욕망이 임계점이 달한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아날로그 시대의 히어로들이 팍팍한 현실의 분출구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80분 동안 이어지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빠르게 분절된 동작들을 소화한다. 가상 캐릭터의 정형화된 움직임과 과부하로 오작동 난 시스템의 통제불능 상태를 큰 폭으로 넘나든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무용수들의 ‘합’이 중요하다. 안 단장에 따르면 지난해 초연 때 무용수 2명이 연습 도중 코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그 중 한 무용수는 정식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정도다. 안 단장은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요구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훈련된 무용수들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안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