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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은특융 두고 굳이 ‘양적완화’ 언급하는 이유 뭔가
총선 이후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양적완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의 찬성발언이 도화선이다. 총선에서 이미 심판받은 선거용 용어를 왜 이 시점에 다시 끄집어 내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다분히 총선용이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을 양적완화라는 표현으로 대체시킨 것이다. 피눈물을 연상케하는 ‘구조조정’이란 단어를 경기부양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양적완화로 교묘하게 포장한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적’이라고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한 ‘끼워팔기’였다. 여당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을 야당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선거 프레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국형 양적완화의 실체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한국은행이 직접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한은은 유통시장에서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자금을 풀어야 한다. 국채만 예외다. 발행시장에서 직접 인수할 수 있다. 한은법 75조, 76조 때문이다. 하지만 산금채와 MBS는 국채가 아니다. 결국 양적완화를 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수당이던 19대 국회에서도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잡혀 못하던 법개정을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시행하긴 불가능하다.

원래 양적 완화는 그냥 무차별 돈풀기다. 기준금리가 0%에 가까워 금리정책이 먹히지 않을 때 쓰는 막가파식 금융정책이다. 인플레를 비롯해 후유증이 엄청나다. 이게 안 먹히면 더 이상의 금융정책은 없다. 일종의 ‘배수의 진’이다.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푼다고 돌 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포장된 그 일들이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자금지원은 한은 특별융자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통위원들 의견만 맞으면 된다. 사례도 많다. 이미 30년 전에 다 죽어가던 건설사와 해운사 구조조정이 한은 특융으로 이뤄졌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때 은행 증권 종금사를 살려낸 것도 특융이었다. MBS는 더 쉽다. 한은이 샀다가 되파는 환매조건부채권(RP)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미 MBS는 RP 대상 증권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여당의 양적완화 주장은 필요할때 적당한 방법으로 시행하면 될 일을 굳이 국회로 끌고 가 어렵게 만드는 꼴이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도 본질은 그대로다. 교묘한 여론몰이에도 총선에서 심판받은 여당이다. 이제와서 그게 통할리는 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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