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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장집 교수의 쓴소리 새누리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쏟아낸 쓴소리가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혁신모임’이 25일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여당의 총선 패인을 분석한 최 교수의 논지는 짧지만 명확했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민주적 규범을 경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 대표적 예로 “당헌 당규를 공공연하게 무시한 공천 과정”을 들었다.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거꾸로 공격을 당하고, 여당 지지자들은 투표장에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구절절 정곡을 찌르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가슴에 와 닿는 대목들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당이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정치 윤리에 맞지않는다는 게 그 요지다. 결국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무시했다는 소리다. 권력과 정치가 대통령 비서실 안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강도높은 비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공감하는 국민들이 적지않을 것이다.

특히 그가 지적한 총선 교훈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 대해 “적어도 한국사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야간 갈등이나, 보수와 진보의 갈등도 민주주의 컨센서스 위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뿐 아니라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정치권 모두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한 언급이다.

보수 여당이 그 반대진영 인사를 초빙해 비판의 소리를 듣는 것은 이례적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그 자체만 해도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얘기도 후속적 조치와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더욱이 최 교수는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은 ‘혁신적 보수’라며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보수가 변해야 한국사회도 변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 교수의 훈수 한마디가 실제 약(藥)이 되려면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통렬한 자성과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상 최악의 선거 참패로 만신창이가 된 새누리당에 회생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타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전히 총선에 투영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이른바 친박과 비박간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 교수의 쓴소리를 당내 혁신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혁신의 골든 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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