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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비빔밥’ 국회보단 ‘비빔냉면’ 같은 국회
24일 여의도의 한 냉면집에는 여야 원내대표 간 뼈 있는 농담이 오갔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비빔냉면을 시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새누리당이 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비빔냉면’을 드시네”라고 나지막이 쏘아붙이자, 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잘 모시고 비벼야죠”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민의 회초리를 달게 받은 집권여당의 현주소는 냉면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원 원내대표에 있어 ‘비빔’의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위기 때마다 ‘비빔’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7월 그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축출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빈자리를 채우는 자리에서 비빔밥을 내놓았다. 친박-비박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 그는 “화합의 비빔밥을 잘 만들어서 우리 당 의원들과 함께 나눠 먹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화합의 비빔밥은 실패했다.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은 곧 공천 학살로 이어졌다.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승민계 죽이기’에 몰두했다. 당내에선 ‘이러다간 과반 확보도 어렵고 정말 훅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유령처럼 떠돌았지만, “비빔밥을 잘 비빈다”고 했던 원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또 ‘비빔밥’을 먹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7일 공천 파동과 분열 사태에 대해 사죄하는 의미로 비빔밥을 함께 먹었고 원 원내대표는 “국가의 장래가 달린 투표까지 포기하진 말아달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한번 실패한 비빔밥은 또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원내 1당 자리까지 더민주에 내주게 되면서 박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Dead duck)’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곤두박질친 당 지지율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 원내대표는 ‘비빔밥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제 비빔냉면을 앞세웠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집권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2번의 비빔밥 실패가 비빔냉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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