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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트럼프가 몰고 온 포퓰리즘의 정체…‘엘리트’ vs ‘중산층’의 대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의 지지자들은 모두 ‘권위주의’ 혹은 ‘독재주의’ 추종자들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가 180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통계조사를 벌인 결과다. 학력이나 소득수준, 인종 등에 관계 없이 트럼프 군단은 모두가 ‘강력한 리더’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되거나 계급갈등이 심화될 때 으례 등장하는 독재자형 리더십이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고 있다. 남아메리카의 좌파 포퓰리즘 ‘페론주의’나 ‘차비시즘’과 닮은 꼴이다. ‘우익형 포퓰리즘’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도 “트럼프가 남아메리카 좌파 포퓰리즘인 페론주의와 차비시즘 등을 표방해 미국형 우익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러 외신들도 트럼프를 향해 “우익형 포퓰리스트”라고 칭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악마’라고 빗댄 후안 도밍고 페론 에콰도르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과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무엇보다 노동계급의 사회경제적 박탈감이 고조된 틈을 려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페론과 차베스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을 ‘악마’에 빗대며 미국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현지 노동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줬다.

트럼프도 유색인종과 무슬림, 성적 소수자 등에 막말을 퍼부으며 이들과 경제적ㆍ정치적으로 갈등하고 있는 백인 중산ㆍ노동자층의 갑갑함을 해소해줬다. 미국 정치의 덕목 중 하나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ㆍPC)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트럼프는 백인 노동층의 불만을 정확히 파악했다.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백인 사회의 분열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체제인 자유무역기구(WTO)와 국제금융기구(IMF) 출범과 함께 백인 노동자층은 화이트칼라의 백인 지식인층과 다른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하면서 유동성, 실물경제, 달러 가치의 모순인 ‘트리핀의 딜레마’가 발생했고, 미국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백인 엘리트 중심의 금융시장은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무역시장은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189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던 미국 제조업과 공언단지는 쇠퇴하면서 ‘러스트 벨트’로 전락했다. 정치권은 이에 노동유연화,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실물경제의 전환뿐만 아니라 금융경제 확장 속도를 가속시켰다. 백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변경은 쉬워졌지만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히스패닉과 아시아 계 이민자들은 산업시장에서 백인 노동자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백인 지식인층과 중산ㆍ노동자층 간의 문화적 갈등도 두드러졌다. 미국 대표 보수 저널인 ‘내셔널리뷰’의 데이비드 프렌치는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층을 “자학적인 공동체”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아무도 그들을 소외시키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게으름을 남에게 탓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멸했다.

같은 매체의 케빈 윌리엄슨도 “경제적으로 따졌을 때 그들(백인 노동층)은 부정적인 자산”이라며 “그들은 헤로인 등 마약에 찌들어 악독하고 이기적인 문화를 만들어낸다. 죽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소가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지난 30여 년간 소득 수준은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미국의 1인당 중간소득은 1만8700달러(약 1950여 만원)로 1980년 이후 20%가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2000년 이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특히 미국 내 소득분포 하위 20% 계층 가구의 소득은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 사이 백인 엘리트 층이 이끄는 미국 금융시장은 2012년 기준 1조2423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풀었다. 미국 인구의 49%를 차지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초당파적인 분노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이라는 지위 덕분에 ‘재벌 친화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월가에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또, 미국 대기업 경영진들을 향해 “경영진들이 친분을 이용해 이사회 구성원을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영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수입을 챙긴다고도 비난했다. 백인 노동자층이 평소 월가에 주장해왔던 발언들이다.

이와 함께 2016년 미국 대선구도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기존 좌ㆍ우의 대결 구도가 아닌 ‘엘리트 대 중산층’의 대결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같은 대결 구도가 트럼프의 ‘우익형 포퓰리즘’을 낳고 있다는 대목이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자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혐오’하는 이유는 이메일 스캔들이나 벵가지 사태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녀가 미국의 ‘엘리트’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힐러리가 진보가 아닌 엘리트라는 이유로 비난을 가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공화당의 주류세력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느니 힐러리를 지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퓨리서치 조사기관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15년 미국 백인 중 자신을 노동자 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지난 사이 15%포인트 증가해 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퓨 센터는 “자신을 스스로 노동계급이라고 분류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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