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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폐 얼굴 바꾼다고 변하나 ①]100년만에 美 지폐에 진출한 ‘여성’들…깨지지 않는 ‘유리 천장’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100년만에 미국 지폐에 여성들의 얼굴이 등장한다. 지폐의 얼굴을 누구로 하느냐는 그 사회의 지향점과 가치관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또 19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뉴욕주 경선 압승으로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여성은 여전히 뒷 방 신세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미국 남자 선수들과 달리 여자 선수들은 비좁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특권(?)을 갖고 있다. 여성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변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임금을 올려줬으면 감지덕지하고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 재무부는 오랜 논의 끝에 20달러 지폐 앞면의 인물을 노예 출신 흑인 여성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정했다.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을 뒷면으로 밀어내고 여성이 10달러 지폐의 얼굴이 된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여성들의 얼굴은 10달러, 5달러 지폐 등에도 대거 등장하게 됐다. 



새로 나올 10달러 지폐 뒷면에는 2020년 여성 참정권 보장 100주년을 맞아 여권운동을 벌인 여성 5인의 초상화가 인쇄된다. 전미 여성참정권협회 회장을 지낸 수전 앤서니, 미국 최초의 여권 집회인 세니커 폴스를 주도한 엘리자베스 스탠턴과 루크리셔 모트 등이다.

5달러 지폐의 뒷면에도 석탄장수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메리언 앤더슨, 인권 운동가이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가 등장한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터브먼의 도안과 관련한 성명에서 “여성이 너무 오랫동안 지폐에서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에 진입한 이후에도 여성이 오랜 기간 한 편으로 밀려나 있었나 있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여성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시각이 변하는데는 아직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리 천장’은 여전히 견고하기만 하다.

얼마 전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5명은 미 연방 독립기구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미국 축구협회의 임금 차별 실태를 조사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자축구대표팀의 임금은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보다 40%가량 적다. 최근 일본과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등 뛰어난 성적으로 축구협회에 막대한 수익을 올려줬는데도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선천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남성이 지배해 온 스포츠계만의 특수성일까. 그렇지 않다. 다른 분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여성들은 더 넓게 벌어진 격차에 맞서고 있다.

높은 자리에서는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조직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점점 더 쪼그라드는 경향을 보인다. 미래형 사업의 선두인 ‘기술 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심하다. 맥킨지와 비영리단체 린인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非)기술 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이 47.8%, 기술 기업은 36.8%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렉터 직급으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34.4%와 25.4%로 줄고, 상무 혹은 전무 직급에서는 24.8%와 19.1%로, 최고위직에서는 18.7%와 15.2%로 대폭 줄어든다. 적게 시작해서 더 적게 끝난다.

여성이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조직원으로서의 쓸모가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하는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34개국 200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위 관리직과 임원직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상위 관리직이나 임원진의 규모는 바꾸지 않은 채 이 중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 총자산이익률(ROA)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비스 부문의 경우 상위 관리직이나 이사진에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날 경우 ROA가 20b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분명 계속돼 오기는 했다. 미국에서는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인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동일임금법(Equal Pay Act)’에 서명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2003년 공기업과 상장 회사들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에 이르게 하도록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다. 이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도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동일임금법 통과 이후 성별간 임금 격차는 매년 ‘1센트의 절반보다도 적게’ 좁혀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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