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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도 ‘공시’열풍…“이젠 6급도 하늘의 별”
-서울시 지난해 변호사 대상 6급 공채 7:1 경쟁률

-로스쿨 출신 등 변호사 공급 급증 생존경쟁 치열

-7급 공채도 몰려…변호사 업계 “어쩔 수 없는 현상”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강민정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은 지난해 서울시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일반직 공무원 6급 공개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 채용에 변호사들이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6급 공무원이자 특별사법경찰이 된 강민정 수사관을 바라보는 동료 변호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변호사 길이 아닌 선택에 깜짝 놀란 동료들도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임용된 강 수사관은 자부심 갖고 업무 적응에 한창이다. 새내기 수사관은 입사한지 한 달도 채 안돼 압수수색영장 집행하는 등 공직사회 안착에 성공했다. 강 수사관은 “전문적인 법적 지식을 토대로 민생 침해 범죄를 찾아나고 엄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때 권력과 명예,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던 변호사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에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쏟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변호사의 5급 채용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8명을 뽑는 6급 일반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55명이 몰리면서 7:1 가량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시 인사 관계자는 “정년을 보장하는 일반직 공무원 자리가 인기가 많다”며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더라도 6급 이상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지원자들을 보면 로스쿨 졸업생이 많지만 사법고시 출신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만 해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변호사를 채용할 땐 5급 사무관 대우를 받았다. 사법연수원생들의 신분이 별정직 5급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생 배출 등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청춘과 가족들의 고통을 담보해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는 기쁨도 잠시다. 변호사들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주위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는 커녕 캄캄한 상황이 지속된다.

특히 청년 변호사 취업난과 기존 변호사 수임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몸값을 낮춰서라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에 눈을 돌린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월급이 100~200만원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실제 초임 변호사는 일반인 월급 수준으로 처우가 형성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 6급은 그나마 감지덕지다. 중앙부처에서는 7급으로 뽑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7급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에서 일부 직렬에 한해 응시자 자격요건을 관련 분야 3년 이상 경력을 갖춘 변호사 전문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했다. 같은 해 7급 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에 나섰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20명을 모집한 7급 행정주사보 직급에 25명이 지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 업계도 예전보다 직급이 1~2단계 떨어지기는 했지만 변호사들의 공직사회 진출에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한상훈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실제로 많은 변호사들이 공무원 채용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6급은 ‘양반’이고 지방에서는 7급도 채용하는 곳도 있다”며 “6급이라고 해서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총 12명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채용한다. 변호사 11명은 행정ㆍ감사직 6급이고 공인회계사 1명은 감사직 7급이다. 접수는 5월 4일까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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