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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만큼 직원도 중요하다…감정 노동 시달리는 유통가 ‘직원 기(氣) 살리기’ 열풍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유통가에 직원 기(氣) 살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유통가는 ‘고객은 왕’이라는 모토 아래, 최고의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직원들은 고객의 과도한 요구나 폭언 등에 시달리는 ‘감정 노동’이 문제가 됐던 곳이다. 최근에는 고객 못잖게 직원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일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늘고 있다.

롯데는 20일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들을 위한 상황 대처 매뉴얼인 ‘당신 마음 다치지 않게(부제 : 고객과 직원이 모두 행복한 서비스 가이드)’를 발간했다. 롯데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제작한 이 책에는 폭언 및 협박, 대면 폭력, 성희롱 등 직원들이 쉽사리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담겨있다. ‘갑질’을 하는 고객을 접했을 때 직원들이 느끼는 분노나 우울감을 덜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 등도 기술했다.


지난 3월19일 AK플라자 구로본점 6층 가전매장에서 스마일맨과 곰돌이 캐릭터가 직원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가 20일 발간한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들을 위한 매뉴얼 ‘당신 마음 다치지 않게’.

롯데는 이 매뉴얼 1만권을 고객 접점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기업문화개선위는 직원들로부터 책에 대한 소감이나 이 매뉴얼이 담지 못한 사례, 현장 직원들만의 상황대처법 등 다양한 의견을 받아 향후 개정판에 반영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책의 인사말에서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수준의 윤리의식과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고객만큼이나 중요한 롯데 가족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랑하는 롯데 가족들이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요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홀로 눈물 흘리거나 이유 없이 무릎 꿇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 내부 가족들이 행복한 회사, 담장 안에서부터 웃음이 퍼져나가는 회사가 되게끔 재정비하려는 노력은 외부의 고객들도 기꺼이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AK플라자는 지난해 8월부터 매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서비스 뉴 스타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협력사 직원에게 VIP 고객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와 근무 환경을 제공, 업무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직원 휴게실을 VIP라운지와 같은 수준의 시설로 바꿨다. 직원 휴게실에는 마사지실과 수면실, 커뮤니티룸 등이 생겼고, 무료 음료와 300만원 상당의 안마의자에서 안마도 즐길 수 있게 했다.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AK스마일맨 이벤트’도 열어, 에너지 드링크와 사탕 등을 제공하며 깜짝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협력사 직원 중 우수사원 70명을 뽑아 VIP고객에게 제공하는 강연도 들을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의 생일과 기념일에는 축하 케이크와 선물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 직원을 위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는 물론, 고객 만족도까지 높아지고 있다.

AK플라자가 올 1분기 고객 불만 접수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감소했다. 직원 칭찬 사례 건수는 30%나 많아졌다. 직원들이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의 한 협력업체 직원은 “AK플라자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업무가 즐거워졌다”고 전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AK플라자의 얼굴인 협력사 직원들이 만족해야 고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며 “AK플라자만의 특화된 고객 서비스 창출을 위해 내부 직원이 먼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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