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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분야의 전문가, 모든 사람을 위한 전문가’…한국전기안전공사 어느 청년인턴의 수기
[헤럴드경제] 청년 취업난이다. 정규직 취업은 별따기이고, 인턴자리도 마땅치않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도 많다. 그러나 문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리는 법. 한국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 점검부 주임인 최자람 씨. 그녀는 공사의 청년인턴제를 통해 묵묵히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녀가 ‘특별히’ 보내온 희망의 수기를 소개한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최자람 주임이 전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똑똑똑.

“안녕하십니까?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귀댁 전기안전 점검차 방문한 최자람입니다.”

현관문 앞에서의 외침. 이 외침이 나의 인상, 아니 본부, 아니 공사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나는 한 마디에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청년인턴이자 사회생활 5개월차 신인. 하지만 5개월 동안 나는 이름처럼 많이 자랐고 꿈도 한껏 커졌다.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은 중요하다. 그런데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그 선택이 쉽다. 나의 삶의 방향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 모든 사람을 위한 전문가.’

그게 내 방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전기에 관심이 많던 나는 대학 전공도 전기, 첫 직장도 전기를 택했다. 하지만 회사는 전공자를 뽑아 놓고 전기설비를 여성에게 맡기지 못했다. 전기 대신 주어진 생산관리 업무. 결국 심각하게 진로를 고민했다.

“다시 시작해야 하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전기가 하고 싶은데….” 뇌리에는 ‘전기’만 맴돌았다. 결국 나는 사직서를 냈고 ‘전기’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계속 넘봤다. 그러다가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낸 인턴사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는 ‘전기’ 안전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기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니 나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첫 출근은 또 두려움과 긴장 그 자체였다. 조직의 구성원, 그것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라니.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나는 또 걱정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업무를 시작하면서 걱정도 차츰 사라졌다. 선배님들의 배려와 멘토링 제도 덕분이었다. 업무적응도 빨랐고 부서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전기안전공사의 인턴은 다른 기관 인턴과는 업무가 다르다. 스캔, 복사, 전화 보조는 똑같지만, 외부 기술 제공과 고객 응대가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다른 것보다도 여성인 내가 즐겁게 적응할 수 있었다. 첫 직장과는 달리 상사들도 마음 놓고 여성에게 일을 맡겼다.

나는 경기지역본부 점검부 소속이다. 점검부는 가가호호 방문해 점검업무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점검부는 점검만 아니라 설비 성능 향상에 필요한 기술도 지원한다. 사무실 밖에서 직접 시민들과 만나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부서다.

인턴직원인 나의 주 업무는 일반용 전기설비 정기점검, 보안등 같은 특수설비 점검, 농사용 전기시설 점검 등이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점검업무는 생각보다 확인사항이 많다. 인턴들은 그만큼 실수도 많다. 적절한 접지선 굵기, 설비의 연식, 계량기 번호, 심지어 수용가 주소까지. 나는 실수가 너무 많아 질문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회사에는 동아리 모임도 있고, 업무 시간 후 체육활동이나 운동경기 관람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간에는 스트레스도 풀고, 평소에 궁금했던 것도 용기내서 질문할 수 있다. 내게도 이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혼자서도 잘 한다’는 착각을 하다가도 선배님들과 동기들이 있기에 모든 게 가능했음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점검업무 외근을 나오면 좋은 게 더 많다. 사무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전기설비들이 눈앞에 있다는 점, 그리고 고객의 문제에 대해 답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불편사항을 듣는 즉시 누전차단기, 콘센트, 스위치 등을 교체해 주면 고객들의 불평은 어느새 칭찬으로 바뀐다. 이 때 듣는 칭찬은 내가 모든 사람을 위한 전기안전 전문가가 되는 데에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선택한 직업을 내 방향과 맞춰 볼 수 있는 기회, 그게 청년인턴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장점을 나는 한국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맛볼 수 있었다.

전기안전 분야의 전문가, 모든 사람의 전기안전을 위한 전문가. 그 방향을 향해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더 다가서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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