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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아파트’ 실증단지 세종에 들어선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00년 가는 집’을 목표로 내건 실험 아파트가 이르면 2018년 상반기에 첫 선을 보인다. 준공된 지 수십년이 지나면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닌, 조금씩 고치면서 오래 쓰는 ‘장수명 주택’(Long-Life Housing)의 모델이 사실상 처음 등장하는 것이다. 여전히 때만 되면 집을 헐고 재건축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장 분위기에서 이 시도가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국토교통부와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세종시 2-1생활권 M3블록에 장수명 주택 인증단지가 들어선다. 말 그대로 장수명 주택 기술을 실험적으로 적용하는 단지다. 장수명 주택은 기획ㆍ설계에서 시공 과정까지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 등의 요소를 적용해 건물의 골격은 두되 내장재나 설비를 바꾸며 수명을 대폭 늘린 주택을 말한다.


국토부가 장수명 주택 실증단지를 세종시에 짓는다. 내구성을 대폭 끌어 올리고 내력벽 대신 기둥을 활용해 내부 가변성을 높인 아파트다. 사진은 실증단지가 들어설 세종시 전경.

LH가 시행자로 나서는 이 아파트는 전체 10개 동, 700~800가구 규모로 계획됐다. 이 가운데 2개 동(116가구)에 장수명 요소가 접목된다. 모두 전용면적 59㎡으로 구성된다. 1개 동(58가구)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이 이뤄지고 다른 동(58가구)엔 라멘구조가 적용된다. 



무량판과 라멘구조는 공히 벽이 아닌 기둥이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는 방식으로, 국내 아파트 시공엔 잘 쓰이질 않던 공법이다. 80~90년대 공급된 대부분의 아파트엔 ‘내력벽’을 갖춘 벽식구조가 적용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의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실증단지는 준공 뒤에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8월께 인허가를 신청하면 하반기에는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장수명 주택을 활성화 하고자 지난 2014년 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를 일부 고치고 ‘장수명 주택 건설ㆍ인증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다.

이에 따라 1000가구를 넘는 공동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주체는 빠짐없이 장수명 주택 인증을 받아야 한다.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 등 3가지 요소를 평가해 4개 인증등급(최우수ㆍ우수ㆍ양호ㆍ보통)을 부여한다. 최우수ㆍ우수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용도지역 기준 10% 이내에서 건폐율과 용적률을 추가 완화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인증 제도는 현재로써 유명무실한 처지다. 지난해 말까지 127곳의 사업장이 인증을 받았으나,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다. 모두 ‘보통’ 등급에 머물렀다. 모든 사업주체가 최저기준만 갖춰 턱걸이 인증을 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공사비용이 올라갈 것이 뻔한데, 굳이 등급을 높여야만 하는 유인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주택업체 관계자는 “한 등급을 올리려면 벽체를 기둥으로 바꿔 시공해야 한다. 그러면 골조량이 올라가고 콘크리트 강도로 높여야 한다”며 “공사 원가가 상승하고 자연스럽게 분양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들도 장수명 주택의 개념이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토부가 실증단지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할 예리한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종시 실증단지 116가구 가운데 58가구는 ‘양호’ 등급으로, 나머지 58가구는 절반씩 ‘우수’와 ‘최우수’ 등급에 맞춰 조성된다. 각 등급에 맞춰서 시공이 이뤄질 경우 구체적으로 건축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파악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용이 얼마나 더 드는지에 따라 그걸 상쇄할만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장수명 주택을 선택하는 수요자들에게 제공할 세제ㆍ금융혜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암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면 재건축이나 증개축 하는 리모델링은 가까운 미래에 끝날 것으로 본다”며 “프린터는 그대로 두고 토너만 교체하는 것처럼 내부 설비를 고쳐서 주거환경을 꾸준히 개선할 수 있는 장수명 주택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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