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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차려 한순간 훅 간다’…47일 전 혹독한 예언, 그때도 새누리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시계는 지난 2월 29일 오전 9시. 장소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실. 새누리당 백보드(배경막) 이야기다. 총선을 45일 남긴 그날 아침. 새누리당 백보드엔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가 적혔다. 국민 공모를 통해 찾은 문구라 소개했다.

‘한순간 훅 간다’라는 문구 아래 나란히 앉은 새누리당 최고위원들. 그날 회의에서 이들은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

“전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 없고 들은 바도 없다. 살생부 운운한 바 없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김무성 당 대표).”

“야당도 이제 정신차릴 때가 왔다…, 김 대표가 중심에 서 있는데 죄송하다고 말 안한 건 대단히 유감이다(서청원 최고위원).”

“야당이 필리버스터 134간째다. 야당이 국회 마비시키고 온갖 괴물 같은 괴담으로 진화하고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마비시킨 그 책임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야당이 져야 한다. 분명히 말한다(원유철 원내대표).”

“이런 모습이면 땅을 치고 통곡할 날이 올지 모른다고 분명히 말했다. 당 대표가 임명한 공천관리위원회에 일단 모든 걸 맡기고 지켜봐야 한다. 이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자세다(김태호 최고위원).”

“국회의장은 노동개혁법 직권상정해야 한다. 이건 국회의장의 신성한 의무다…, 지금 공천관리위원회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공명정대하게 민주적인 경선을 완료하는 것이다(이인제 최고위원).”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누리당 후보를 선정하고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황진하 사무총장).”

지난 2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회의실의 백드롭(배경막)의 메세지가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 로 바뀌었다.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로부터 47일째.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혹독한 예언이 됐다. 47일 전 그날,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순간 훅 간다’는 예언 아래에서도 꿈쩍하지 않았다. 공천을 두고 싸움을 번복했다. 야당을 향해 “정신차리라”고 호통쳤다.

문구의 유통기한은 단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뒤, 백보드는 ‘잘하자 진짜‘로 변했다. 그땐 몰랐다. 예언이 예언임을 알 수 있다면, 예언은 예언이 아니다. 47일 뒤. 아무도 몰랐던, 아니 국민은 알았던 그 예언은 현실로 됐다. 진짜 ‘한순간에 훅 갔다’.

그리고 여전히 이 예언은 유효하다. 새누리당 뿐 아니다. ‘승리에 도취된 자는 도태된다’는, 모든 이가 현실 속에서 절절하게 체감하는 당연한 생존법칙은 이 예언의 본 뜻이다.

‘한순간 훅 간다’는 국민의 심판은 새누리당엔 총선 패배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를, 더민주에는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경고를 남긴다. 그래서 이 무시무시한 예언은 여전히 여의도에 살아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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