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 도시의 르네상스, 경제를 살리는 길
18세기 대영제국을 대표하는 무역항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1830년 세계 최초의 여객철도가 건설됐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히 쇠락하며 불과 20년 전까지도 몰락한 항구, 가난과 실업의 도시로 통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유럽의 문화수도’로 변모했다. 지금은 연간 3200만명이 방문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바로, 비틀스와 축구의 도시 리버풀 얘기다.

리버풀이 쇠퇴한 이유는 물류 방식의 변화, 항공 운송의 발전 등이었다. 이 도시는 제 역할을 못하는 항만 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상업과 문화, 컨벤션 기능을 중심으로 변모해나갔다. 그 결과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기업 1700여곳을 유치하고 일자리 2만5000개 를 늘렸다. 지역 총생산은 71.8% 증가하며 성과를 거뒀다.

쇠퇴했던 도시가 새로운 생명력을 되찾은 사례는 영국에서만 런던 도크랜드와 테이트 모던, 셰필드, 맨체스터, 버밍엄, 뉴캐슬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의 롯폰기 힐스, 토라노몬 힐스, 미드타운, 스카이트리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 프로그램이 1980년대에 본격화되어 2011년까지 43개 주 2000여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메디언하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이스턴하버, 싱가포르의 클락키 등도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도시도 인간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생로병사의 ‘사’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생’의 길을 찾아 르네상스를 맞은 도시들이 있다. 도시 재생의 과정을 거치면서다.

해외 도시재생의 경제적 효과는 놀랍다.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은 투자액 1달러 대비 25.76달러의 회수 효과를 거뒀으며,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신규 사업체 약 8만개소 개장, 약 35만명의 고용 창출, 2000여개 중심가로에 민간투자 410억달러 유치 등의 성과를 냈다. 도시 핵심시설의 3분의 1이 유휴시설로 방치됐던 셰필드는 1984년부터 미래형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해 2008년 도심 취업자가 10만여명으로 증가했고 실업률도 15.8%에서 3.1%로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국내 GDP의 97% 이상이 도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과거 급속히 팽창했던 우리나라 도시들은 최근 저출산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로 인구 감소, 산업 침체, 주택 노후화 등의 쇠퇴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2013년에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전국 13곳에 선도 사업을 선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인근 구도심을 문화예술 거점으로 되살리고 전남 순천 중앙시장을 활성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도 33곳의 신규 도시재생사업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도시재생 정책은 리버풀이 그랬듯 경제기반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청주 구도심 재생사업이 대표적이다. 청주는 오송과 서청주 등 외곽을 개발하며 원도심 공동화가 심해졌다. 2004년 KT&G 연초제조창이 문을 닫으며 1만명의 일자리 기반이 사라졌다.

이곳엔 앞으로 폐공장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관광레저, 비즈니스 기능이 도입된다. 39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쇠퇴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상업, 문화, 예술 등 지역의 다양성을 확대할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의 성공모델을 발굴하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고령화되는 도시를 되살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