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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트라우마, 번아웃, 강박증…아픈 당신을 위한 맞춤형 책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꽁꽁 숨겨놓은 개인적 트라우마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와 대책없이 무너지거나 일상을 망쳐놓는 경험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파리 테러 등 사회적 재난이 증가하면서 국가적 트라우마까지 개인의 심신을 취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트라우마, 강박증 등의 정신의학용어들이 일상화된 지금, 상처입고 고통받는 나를 본래의 나로 회복시킬 방법은 없을까. 전문의들이 여기 처방전을 내놨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김선현 지음/웅진지식하우스

#김선현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는 저서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웅진지식하우스)에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조건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치료법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다. 심리적 거부감이 적어 편안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자유로운 감정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특히 가족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거나 좌절된 욕구를 꾹 참는 것을 당연시함으로써 이런 부정적 감정들이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괴롭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나의 상처를 바라보는 일은 우선 그 때의 상처가 나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감정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주는 것만으로도 해소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는 주체로 한 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책에는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남편의 외도와 유산 등 고통의 질곡 속에서 자신의 불행을 그림으로 그려낸 프리다 칼로, 자아분열과 갈등에 시달린 반 고흐, 유년시절 죽은 누이와 어머니의 그리움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뭉크, 어머니의 자살이 큰 상처가 된 르네 마그리트 등이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했는지 담겨있다. 또 독자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미술치료 활동을 워크북형태로 넣었다. 



너무 성실해서 아픈 당신을 위한 처방전/파스칼 샤보 지음, 허보미 옮김/함께읽는책


#어느 기업의 40대 임원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사고 당일 아침 그는 회계차트에 기록된 숫자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산뜻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난데없이 캄캄한 암흑이 찾아들었다. 꼼짝할 수 없었다. 골반에서 어깻죽지까지 척추 전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빳빳하게 굳어버린 것. 입은 헤벌린 채 눈은 멍하니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급기야 앰블런스에 실려갔고 3개월동안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서 수면치료를 받아야 했다.

체력과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 고갈된 번아웃 증후군의 예다.

당사자들은 평소에 그런 징후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데 이 병의 특징이 있다. 오히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는 걸 즐기기까지 한다. 번아웃이란 말이 본래 강성 마약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환자를 묘사할 때 쓰는 용어라는 사실과 통한다.

파스칼 샤보 브뤼셀 사회커뮤니케이션고등연구원 박사는 ‘너무 성실해서 아픈 당신을 위한 처방전’(함께읽는책)에서 “번아웃 증후군은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의 진보와 새로운 실험이 한창인 이 시대를 가로지르는 각종 욕망들과 관련한 문제로 간주된다”고 말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지속적인 피로, 축적된 불안,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비인간화, 무능력한 기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완벽주의 달성, 인간성 고갈, 인정의 추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번아웃은 빈둥거리고 싶은 욕망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본래 성실하고 열정적이고 주어진 과제에 충실한 사람들이 잘 걸린다.

저자는 이 질병을 치료하는 길은 하루빨리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이 조금만 쉬게 해 달라며 은총을 구한다면, 육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금은 더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삶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의미를 되묻는 일이다.



나는 왜 늘 아픈가/크리스티안 구트 지음, 유영미 옮김/부키


#40대 초반의 신경과 의사 크리스티안 구트는 어느 날 몸과 마음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힘, 정력, 지력은 어느 순간 쑥 빠져나가 버리고 휴일이 돼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건강검진을 거치기로 마음먹는다. 담당가정의는 식생활의 문제점을 찾아낸다. 야채를 안 먹고 아침마다 빈 속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들이붓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추가로 대사 이상 검사에 심장검사, 전신 내시경 검사까지 받고 난 저녁, 구트 박사는 약간의 죄의식과 함께 기름진 피자에 와인을 거푸마신 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정말 이 모든 재미를 포기하고 살 것인가?”

그는 의학이 내세우는 무조건적인 약속을 신뢰하고 따를 것인지, 운동, 영양, 유전자 검사, 예방 등의 의학적 문제들을 직접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물인 ’나는 왜 늘 아픈가‘(부키)에서 구트 박사가 첫번째 제기한 문제는 조기검진의 폐해. 가령 전립선 특이 항원, 즉 PSA 테스트를 통해 전립선암을 판별하는 것은 이득보다 오히려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 검진과 치료를 통해 목숨을 구하는 사람 1명당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환자는 20명. 그에 따르면 유방암 조기 검진도 마찬가지다.

전염병도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저자에 따르면, 2009년 대유행했던 신종플루의 경우, 오히려 다른 독감으로 사망한 비율이 확 떨어졌다. 독일의 경우 신종플루로 인한 희생자수는 예년의 일반 독감 희생자보다 20배나 적었다는 것. 예방접종은 그닥 높지 않은 질병의 위험을 고작 1.4퍼센트 줄여줄 뿐이다.

구트 박사는 사람들은 신체에 대해 유전자차원까지 알수록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점점 더 많이 알고 스스로 능동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잘 관리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비슷한 정도로 병에 걸린다는 것. 그가 제안하는 건강법은 강박증에 휩싸여 삶에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온통 의학적 예방조치와 치료에만 쏟지 않는것이다.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고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누리라고 조언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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