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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코레일 1조원 세금전쟁 왜?] 용산개발 6년 지지부진끝 백지화…코레일 “납부 세금 1조 돌려달라”…국세청 “현시점 경정청구 불가”
1심 “코레일 무산 책임 없다”
2심 귀책 책임 따라 명운 갈려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고등법원 310호 법정.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무산 책임을 가리는 토지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30개 민간 사업자 모임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의 소송에 대한 심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단연 눈길을 끈 건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세청의 참가였다. 그것도 정부가 100% 출자한 코레일 편이 아니라 드림허브 측 ‘보조 참가인’으로 참석해 법정을 놀라게 했다. 


국세청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한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업무산 책임이 코레일에 있다면 코레일이 국세청에 제기한 1조원대 경정청구(잘못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가 무효가 되므로 세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며 “코레일의 주장처럼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 사업 계약 해지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따져야 하므로 민간업체 편에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이 코레일과 드림허브의 소송에서 드림허브가 이겨야만 1조원 이상 세금을 코레일에 돌려줄 필요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소송 구도가 ‘공기업 대 민간업체’에서 갑자기 ‘공기업 대 정부(국세청)-민간업체 연합’으로 바뀐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코레일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위해 장부 가격이 8200억원인 용산 철도차량 기지 토지를 드림허브에 8조원에 팔았다. 이에따라 양도차익(약 7조2000억원)에 대한 법인세 9700억원(국세 8800억원ㆍ지방세 880억원)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나눠냈다. 그런데 용산개발사업이 6년간 사업성 논란 등으로 지지부진하다가 2013년 4월 백지화됐다.

코레일은 토지매매 계약이 취소됐기 때문에 세금을 돌려 달라며 같은 해 6월 대전세무서에 법인세 경정청구를 했다. 코레일 측은 “토지매매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양도차익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 측은 “세금을 낸 뒤에 사정이 생겨 정정을 요구하는 ‘후발적 경정청구’는 계약이 무산된 시점과 범위 등을 명확히 따져야 환급 규모와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며 “코레일은 2013년 4월 민간업체와 토지매매 계약이 모두 해지됐다고 주장하지만, 드림허브는 2014년 11월까지 계약은 해제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아직까지 전체 부지의 61%는 민간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등 다투고 있는 중이어서 최종 판결이 난 후 경정청구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레일은 2014년 5월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경정거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대전지법은 2015년 1월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이 재판이 전년도 10월 있었던 코레일과 드림허브 간 채무부존재소송(드림허브가 코레일에 줄 채무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는)의 결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레일과 드림허브 간 채무부존재소송 1심 결과는 용산 개발 사업 무산 책임이 드림허브에 있으므로 드림허브가 2400억원의 위약금(협약이행보증금)을 코레일에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재판 결과는 결국 코레일은 사업무산 책임이 없으며 계약해지는 정당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전지법은 이를 인용하면서 “법인세법 상 후발적 경정사유로 인정된다”며 “당초 소득이 발생한 사업연도 세액에 대한 코레일의 경정청구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국세청이 코레일과 드림허브 간 채부무존재소송에 직접 뛰어든 건 이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2심의 결과가 코레일과 진행하는 1조원 규모의 경정청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어서다. 국세청은 이번엔 1심에 비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1심에선 정부법무공단이 법률 대행을 맡았으나 이번엔 경험 많은 전문법무법인이 대행하도록 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국세청 측 변호사는 코레일을 상대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세청 측 변호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해제돼 민간업체들은 1조원 이상 실질적인 손해를 본 반면, 코레일은 협약이행 보증금 2400억원, 토지 위약금 8000억원, 법인세 환급까지 총 2조원이상의 금전적 이익을 볼 수 있고, 토지오염정화 공사와 항운노조 등 임차인 명도를 마친 법률상 깨끗한 토지를 다시 돌려받는 등 혜택이 크다”며 사업을 의도적으로 무산시켰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코레일 측 변호사는 “국가를 대표해서 나왔으면 중립적이어야지 무리한 주장이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국세청 측 변호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토지 계약해지 시점과 범위, 경정청구 시점, 세금 부과 시기 판단 등에 따라 법인세 환급 규모는 수천억원씩 달라지는 것은 물론 아예 환급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세정이 가능하도록 재판부가 뭉뚱그려 판단하지 말고 세부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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