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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불감증 사회] “내 아이 내가 때린다는데”…아동학대 2년간 6배 급증
아동학대사범 지난해 2691명
정부 종합대책 2년 지났지만
최근 사망사건 등 불안 가중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씨가 ‘칠곡 아동학대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문제는 지난 2013년 울산과 칠곡 계모의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언론에 알려지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됐다. 


당시 울산의 계모는 ‘소풍 가고 싶다’던 8살 의붓딸을 마구 때려 갈비뼈가 16대 부러지고 끝내 숨지게 했고, 칠곡 계모는 8살 의붓딸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배 부위를 밟거나 때린 후 방치해 숨지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야 인식한 정부는 같은해 12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2014년 2월에는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ㆍ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등 아동학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일단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던 아동들이 하나둘씩 양지로 나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작년말부터 ‘인천 여아 탈출 사건’, ‘평택 어린이 사망 사건’, ‘부천 여중생 살해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한 이후 국민들 불안감만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종 통계만 봐도 아동학대 문제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법(아동혹사), 아동복지법, 아동학대특례법을 위반한 아동학대사범 접수인원은 2011년 183명에서 작년에는 2691명까지 늘어났다. 최근 2년 사이로 좁혀보면 2013년 459명에 비해 무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소 인원 역시 2011년에는 49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62명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기간 동안 검찰이 기소ㆍ불기소ㆍ기소중지 등 처분을 결정하지 못한 누적사건은 무려 1095건에 달한다. 1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개한 ‘아동학대 주요현황’을 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만9209건에 달했다. 이중에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93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친아버지가 5368건, 친어머니가 3478건, 계부 236건, 계모 238건 등으로, 부모에 의한 학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아동학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숨진 아이들은 모두 65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혼율 상승 등 가정 환경이 최근 급변하는 상황을 감안해 아동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10쌍이 결혼하면 3.5쌍이 이혼을 하며 이혼율이 OECD 아시아 회원국 중 1위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비록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양육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된다”며 “아동 양육에 대해서만은 (면접교섭권 거부와 같은) 갈등 없이 부부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했다.

정부 측도 “(처벌에 방점을 둔) 기존의 아동 보호시스템 허점이 드러났다”고 자인하면서 부모의 인식개선에 주안점을 둔 종합대책을 확정해 지난달 발표했다. 새로운 대책에는 생애주기를 고려해 주요 시기별로 부모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하려면 법원에서 아동학대 방지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대근·김현일·김진원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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