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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대도 안심못하는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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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이어 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질환
손떨림 등 초기증상 적극대응 못하고 방치
대부분 질병진단에 최소 6개월 걸려



냉전시대 ‘스타워즈’를 진두지휘했던 前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로마의 휴일’로 뭇 남성의 연인이었던 오드리헵번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각각 정치,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모두 파킨슨병 환자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 의사가 몸이 떨리고, 굳어지며, 움직임이 느린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이런 증상이 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고 불리게 됐다.

파킨슨병은 이상운동장애의 일종으로, 흔히 주위 사람들로부터 ’행동이 굼뜨다’, ’느리다’, ’멍청하다’, ’힘이 없다’ 등의 지적을 받는다. 어깨나 등이 짓눌리면서 아프고, 온 몸이 굳어 불쾌감이나 통증이 잘 일어난다. 병기가 많이 진행되면 자신도 모르게 실수로 자꾸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국내 6만명 환자…평균 55세 발병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점차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도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이하 대한파킨슨병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30만명이 앓고 있으며, 알츠하이머에 이어 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1%가 파킨슨병 환자로 추정되는데, 실제 파킨슨병 환자는 20세 이하의 젊은 시기부터 80세 이상의 노인들까지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전체 환자의 10~15%는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약 6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특정 부분의 신경세포들이 퇴화되거나 죽어감으로써 그 부분의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져서 여러 가지 증세를 나타낸다.

파킨슨병의 특징은 세포가 죽어가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속도에 비해 빠르고, 뇌의 여러 부분 중 선택적 부위만 주로 파괴된다는 점이다. 즉, 신경세포들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 역할을 상실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파킨슨병이 진행된다.

이러한 파킨슨병의 원인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이며, 다른 하나는 외상, 뇌졸중 등의 혈관성 질환이나 감염의 후유증, 약물, 망간, 연탄가스 등과 같은 물질의 독성에 의한 이차성 증후군이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파킨슨병은 노화가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 모두 파킨슨병 발생에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범 고대구로병원 파킨슨병센터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 장애 뿐 아니라 정신적 불안정성이나 우울증, 불면증와 같은 비운동 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며 “치료 외에도 환자의 계획성 있는 생활태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떨림ㆍ경직 등 증상 나타나면 조기 치료해야

파킨슨병 환자는 몸이 심하게 떨리거나 근육이 굳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운동 장애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수면장애, 우울증, 빈뇨 등의 비운동 증상을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리다가 손에 힘을 주거나 행동을 시작하면 줄어드는 손 떨림이 특징적이다. 또 팔, 다리, 목, 턱 및 몸통 등에서도 떨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행동이 굼뜨고 느리며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나기가 어렵다. 팔운동이 빠르지 못해 걸을 때 자연스럽지 않고, 얼굴표정이 없고 말소리도 작고 글씨쓰기가 어렵다.

근육이 경직되면서 마치 로봇과 같이 굳은 상태로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세이상 증상도 보여 몸 전체가 굽어 있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인다. 자세 이상은 보행장애를 일으켜 처음 보행 시작에 앞서 일어서기가 힘들고 걸음의 첫 동작이 잘 안된다.

떨림, 둔한 움직임, 경직 및 자세이상 등 이외에도 우울증, 불면증 및 기타 정신적 증상들이 일어날 수 있다.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아 다른 질환들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자율신경계 장애에 의해 변비, 배뇨장애, 침흘림, 위장증세 등을 호소하며 내과적 치료를 시작하다 나중에서야 발견되는 수도 있다.

대한파킨슨병학회가 올해 3월까지 5개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은 파킨슨병 환자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처음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고 파킨슨병을 진단받기까지의 기간은 전체 응답자의 49%가 6개월 이상에서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 환자 2명중 1명이 초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질환을 방치한 셈이다.

김희태 대한파킨슨병학회 회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고,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파킨슨병은 최대한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주요 이상운동증상이 보이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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