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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하고 싶지만… ②] 내게 급한 건 취업ㆍ학업…“훈계 마세요”
[헤럴드경제=박혜림ㆍ구민정ㆍ유오상 기자]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ㆍ13 총선을 맞아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막판 투표 독려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취업과 학업에 대한 압박,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으로 투표 거부라는 사뭇 대조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졸업을 앞둔 손모(26ㆍ여) 씨는 이번 총선엔 투표소를 찾지 않을 생각이다. 손 씨는 12일 “이제 상반기 공채 시즌이라 스터디원들끼리 하루종일 집중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며 “공채 일정이 붙고 있는데 국회의원 후보자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일을 했다고 얘기하는 걸 들어줄 여유가 없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8) 씨도 “얼마 전 공무원 시험이 있었는데 떨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험이 자주 있는 게 아니니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선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어 강 씨는 “투표 해야만 꼭 지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사회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마치 아무 생각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며 투표 독려 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ㆍ13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막판 투표 독려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취업과 학업에 대한 압박,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으로 투표 거부라는 사뭇 대조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투표 이미지.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3~4일 실시해 11일 발표한 투표 참여 의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청년 10명 중 4~5명은 투표 참여에 미온적이다. 설문에 참여한 29세 이하 청년 55.3%와 30대 이하 58.3%만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선관위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58.1%가 적극 투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투표율이 54.2%로 집계된 것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조사 결과보다 실제 투표율이 더 낮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취업ㆍ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권리’를 행사해도 바뀌는 게 없는 현실에 대한 허탈감은 청년들의 투표율을 낮추는 원인이다. 정치권에 대한 염증도 또 다른 원인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5ㆍ여) 씨는 “우리 지역 후보들의 공약이나 이력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 다운받아 봤는데 죄다 노인 복지나 관련 시설을 짓는데 주력하겠다는 공약 밖에 없더라”며 “청년실업문제 관련 공약을 내세운 사람도 없고, 뽑는다고 해결해줄 수도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생각을 비쳤다. 대구에 사는 권모(25) 씨는 “어차피 우리 동네는 내가 뽑는 사람은 절대 당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욱이 뽑을 사람이 있어야 30분 일찍 일어나서라도 투표할텐데, 죄다 ‘지역의 아들, 일꾼’이라고 외치는 게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권 씨는 “이런 상황은 투표권 포기라기보단 한심한 정치권에 대한 한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청년들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주변이 혼란스러우면 그 너머를 보기 힘든 것이 당연한데 정치도 그 중 하나”라고 진단하면서 “정치권이 청년들의 말을 더 듣고, 이들이 원하는대로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은 높아지고, 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며 대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정치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결국 대학생들이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투표조차 참여할 기력이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나아가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현실을 바꿔줘야 한다”고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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