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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벤처 ‘미다스의 손’ 앤더슨
스티브 앤더슨

어린시절 클럽DJ 등 경험 남다른 투자안목 넓혀
인스타그램·트위터·구글 등 글로벌회사로 키워
‘25만弗·원맨투자’로 20개 넘는 IT기업 투자 성공



2010년 5월. 위치기반 서비스의 대명사인 ‘포스퀘어’에서 근무하던 청년 케빈은 돌연 일을 때려 치고 새로운 IT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 사진으로 일상을 서로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문제는 부족한 자금. 모바일 앱이 그다지 상용화 되지 않았던 시기에 등장한 처음보는 무료서비스에 투자자들은 손사래를 쳤다.

“도대체 돈은 어떻게 번다는 것인가.” 투자자들의 공통 질문이었다. 그렇게 남들이 ‘잘 이해가 안간다’고 평가하던 그의 사업에 호쾌하게 투자를 감행한 첫 투자자가 있었다. 투자자금은 25만달러. 그 돈을 기반으로 케빈은 머릿속에만 있던 사업을 구현해낸다.

사업을 성공시킨 케빈의 성은 ‘시스트롬(Systrom)’. 바로 세계적인 SNS 인스타그램의 창업자다. 첫 투자 후 빠르게 성장한 인스타그램은 불과 2년뒤인 2012년 4월 그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으면서 페이스북에 10억달러 (한화 약 1조2000억원)에 인수된다.

스티브 앤더슨

당시 마수걸이 투자를 한 사람은 벤처투자회사 ‘베이스라인 벤처스(Baseline Ventures, 이하 베이스라인)’의 스티브 앤더슨(47)이었다. 인스타그램의 매각과 함께 그 역시 큰 돈을 손에 쥔다. 매각 당시 그의 펀드는 인스타그램의 지분율 12%나 보유하고 있었다. 25만 달러가 2년만에 1200만 달러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앤더슨은 미국 IT업계 전문 투자가로 이름이 높다. 얼마 전 미 경제지 포브스에서 ‘미다스의 손’이라는 타이틀로 성공한 벤처 투자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앤더슨은 2위를 차지했다. 인스타그램외에도 트위터, 핀테크 회사 소셜 파이낸스(현재 기업가치 40억 달러), 클라우드 플랫폼 헤로쿠, 모바일 게임 게임 오브 워로 유명한 퍼블리싱 업체 머쉰존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많은 회사들이, 그것도 초기에 그의 손을 거쳤다. 앤더슨은 지금까지 총 20개가 넘는 IT기업에 투자해 성공시켰다. 현재 그의 개인자산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11억달러(1조 2700억원)로 평가된다. 

인스타그램 로고

가난 속에서 키운 ‘남다른 안목’=모두가 외면한 인스타그램에 수억달러를 쾌척할 수 있었던 건 앤더슨이 가진 특유의 안목 덕분이다. 앤더슨는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식료품 할인 구매권으로 끼니를 연명할 정도였다. 때문에 신문배달부터 주방일, 청바지 모델, 여행 안내원, 심지어는 클럽DJ로까지 일하며 돈이 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갖가지 비즈니스들의 기본 구조와 핵심을 몸으로 익히면서 그는 얼핏보기에 ‘작은 사업’들이 어떻게 커가는 지를 일찍이 깨닿는다.

그런 경험은 이른 나이부터 사업수완으로 이뤄진다. 워싱턴대학 재학시절, 그는 폭넓은 인맥을 이용해 스타벅스 북미 사장이었던 하워드 베아르에게 용감하게 연락을 취한다. 그는 스타벅스 매장 한 켠에서 따로 음료를 팔 수 있도록 요구한다. 어처구니 없어보이는 요구였다. 하지만 앤더슨의 계획에 베아르는 설득을 당했다. 앤더슨은 결국 스타벅스 내에서 자체브랜드 음료를 팔기 시작해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다. 심지어 4년뒤에는 이를 기특하게 본 베아르로부터 스타벅스 시애틀 일부 지점의 본부장 자리까지 제안 받는다. 

KPCB 로고

하지만 그는 스탠포드 대학원 공부를 마치기 위해 제안을 거절하고, 이베이에서 상품관리 인턴을 지내며 대기업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 그는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바이어스(KPCB)에 입사해 바닥부터 다시 경력을 쌓아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앤더슨은 자신을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로 만들어 줄 사건을 겪게 된다. 

래리 페이지(왼쪽)과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꿈꾸던 두 청년의 투자 의뢰를 받게 된 것이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페이지 랭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온라인 검색엔진을 구상중이었다. 지금까지 없던 아이디어로 무장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펀딩을 받아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앤더슨은 특유의 안목으로 사업이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투자를 승인 받기 위한 아무런 서류도 없이 회사의 수장이던 존 도어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의 설득에 회사는 두 청년의 사업에 125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한다. 그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두 청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사업을 시작한다. ‘10의 100승’이라는 의미의 단어 ‘googol’에서 착안해 사명을 짓는다. 우리가 모두 다아는 회사 구글의 시작이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앤더슨이 투자한 1250만달러는 불과 몇해만에 9900만 달러가 되어서 돌아온다.

‘작은 돈’25만달러의 힘=몇 년 흐르자 침체되어있던 IT 시장이 새로운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앤더슨은 새로운 흐름을 봤다. 바로 모바일이었다. 스마트기기의 조상벌 쯤 되는 기기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앤더슨은 IT비즈니스의 중심이 이동할 것을 예상한다. 이에 앤더슨은 사이버 보안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 먹는다. 머릿속에 사업 계획을 그린 그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각각 25만달러씩을 투자받고자 했다. IT버블 붕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의외로 이에 응하는 투자자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베이스라인

결국 앤더슨은 창업의 꿈을 버리고, 2006년 투자회사인 베이스라인을 직접 설립한다. 그리고 전에 없던 투자 기법을 회사에 도입한다. ‘25만달러 투자’다. 다른 투자자들이 왠만큼 큰 회사에 수백만 수천만 달러씩 투자해 큰 돈을 노릴 때, 그는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무수한 IT 스타트업들에 주목했다. 시대가 바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1년도 안 돼 1억달러의 투자수익을 맛본다.

베이스라인은 지금도 이 투자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사세가 확장됨에 따라 초기 투자유치금을 25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대까지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설립 초기의 회사에 ‘잃어도 될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앤더슨 자신이 5%에서 15%의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한 회사에겐 1년6개월간의 사업연구와 개발의 시간을 준다. 그 사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의 투자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드롭박스, 우버 등도 초기에 그에게 투자를 의뢰 했지만, 그는 놓쳤다. 우버의 경우는 사람들이 택시를 그렇게 공들여서 잡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그의 투자는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론 콘웨이

‘원맨’투자결정으로 성공하다=그의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다른 포인트는 원맨 투자다. 투자 결정을 하기까지 다수의 전문가가 분석하고, 위원회 등을 거쳐 투자를 결정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그의 회사는 한 사람이 투자를 결정한다. 빠르고 단호하게 투자하는 것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잃어도 될 만큼’의 소액(?) 투자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앤더슨에게 투자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상당수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미팅에 와서는 30분 만에 50만달러 수표를 건네고 돌아갔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의 그가 있는 데에는 조력자가 한 사람 있다. 그의 투자 철학과 스타일을 지지해주고, 심지어 그에게 최초로 투자를 한 사람이다. 바로 IT투자업계의 슈퍼앤젤 투자자로 불리우는 론 콘웨이다. 론 콘웨이는 KPCB 시절 앤더슨의 멘토이자 베이스라인의 초기자금을 대준 고마운 은인이다. 론은 앤더슨을 트위터 설립자인 에번 윌리엄스와 잭 도시 트위터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투자활동을 쉬는 동안에도 발 벗고 나서서 유능한 직원들을 베이스라인으로 끌고 오기까지 했다.

앤더슨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답답한 양복차림으로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만 들여다봐서는 좋은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지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면서 세상의 예민한 변화를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그의 취미는 패디큐어와 댄스, 디제잉이다.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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