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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전쟁 초등학교 앞 가보니] “맛과 설탕의 양은 비례한다”…쿡방 ‘달콤한’ 유혹의 합리화
‘당(糖)’은 위안이다. 답답한 현대인에게 때로 당은 약이다. 오미(五味)의 하나인 ‘단 맛’은 세상의 모든 ‘달콤한 것’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세계는 하나 둘 씩 당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비만, 고혈압 등 현대인의 질환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내놓은 해결책이다. 7일 우리나라 정부도 여기에 동참했다. 잘 먹고 오래 사는 것이 화두인 시대다. 그리고 당과 인간의 공존은 더이상 달콤하지만은 않다.

건강을 위해서 당 섭취를 줄여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였다. 스트레스가 만연한 일상 속에서도 당이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당분을 찾게 된다. 당분이 사람의 쾌감을 자극 시키기 때문에, 이는 폭식으로도 이어진다”며 “심지어 미각중추를 없앤 쥐도 당분을 찾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설탕중독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설탕은 B2C 시장에서 2013년 2044억원, 2014년 1735억원, 2015년 1439억원으로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설탕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면서 차세대 감미료를 활용, 칼로리를 낮춘 당 제품들이 출시됐고 가공식품업계에서도 저당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저당, 저칼로리는 정부와 국민, 관련업계의 공통된 화두로 자리잡는 듯했다.

그 사이 지난해 예능계를 뜨겁게 달구며 등장, 올해도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쿡방(요리프로그램)의 등장은 ‘건강을 위해 양보했던’ 설탕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재, 쿡방은 ‘당’ 섭취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쿡방은 “설탕을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맛과 설탕의 양은 비례한다’는 합리화를 요리에 설탕을 쏟아붇는 것으로 대신한다. 합리화는 예능의 힘을 빌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입된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가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 음식에나 설탕을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며 일침을 날린 것 역시 콘텐츠가 국민의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우려를 대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 중 정책 추진방향의 제 1순위는 국민의 단 맛을 선호하는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식습관 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에는 ‘TV, SNS 등 대중매체를 통한 당류 줄이기 확산’이 포함됐다. 관련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식습관 전반에서 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한 콘텐츠가 선행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데도 공감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송은 대중이 소비하기 가장 쉽고 편한 형태의 콘텐츠다. 방송 노출만으로도 당장 다음날 매출에 변화가 생긴다”며 “미디어를 통해 설탕의 노출이 많아지면 대중의 소비성향과 식습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적절한 양의 당을 섭취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당 섭취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곧 더 많은 당을 원하는 ‘당 중독’, ‘당 널뛰기’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요리에 당연하게 설탕을 쏟아붇는 장면은 곧 국민의 올바른 당 섭취를 조장하는 전세계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설탕 많이 먹으면 당장은 기분이 좋지만, 설탕은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하고, 뇌는 이를 떨어뜨리려고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며 “그러면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고 몸은 또다시 당분을 요구하는 이른바 ‘당 널뛰기’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열ㆍ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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