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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곤한데 봄철 춘곤증 때문?…만성피로라면 우울증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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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절기 기력 저하 뚜렷해지면 우울증 의심
- 사회적ㆍ신체 활동 꾸준히…일과 중 햇빛 쬐기도 도움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봄철 점심을 먹고 나면 밀려 오는 것이 바로 춘곤증이다. 나른한 상태에서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참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역이다. 흔히 일시적인 춘곤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봄철 졸음과 피로감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우울증의 한 증상일 수 있다. 우울증의 한 증상인 무기력감으로 만사가 귀찮아지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이는 다시 증상의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봄철 춘곤증과 자주 혼동되는 무기력증은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무기력감, 환절기에 증상 악화=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월별 자살자 수 구성비에 따르면 봄철에 해당하는 3월(10.8%), 4월(9.8%), 5월(9.2%) 순으로 자살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온이 올라가고 일조량이 증가하는 계절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많다.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는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향을 준다. 이는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기분 변동이 발생하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까지 이어지게 된다. 실제 자살자의 80%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우울증과 자살은 연관 관계가 깊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이 바뀌면서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봄철에는 평소 우울했던 사람들에게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생기와 활력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며 우울감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햇볕을 충분히 쬘 수 있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우울한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될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봄철 기력 저하는 춘곤증으로 혼동되지만, 단순히 졸린 것과는 다른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봐야 한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진단 기준 중에는 불면증, 수면과다 등 여러 항목이 있지만, 기력 저하도 항 항목”이라며 “일부 우울증 환자 중에는 우울감이나 주변에 대한 흥미, 수면의 질에서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여전히 기력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우울증은 사회ㆍ심리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돼 신경전달물질의 교란을 유발하는데, 스트레스가 사라져도 신체가 이미 이에 적응해 증상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무력감은 내분비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예전 광우병 환자에도 기력 저하 증상이 나타나는 등 다른 질환과 우울증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는 혈관성 우울증으로 인해 낮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김기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박준혁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반드시 치료를 요하는 노년기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대부분이 뇌혈류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라고 최근 보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이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뇌혈관의 문제를 동반한 혈관성 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이 심한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 초반 약 75%, 75세 이상에는 100%에 이른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의 우울증은 청장년의 우울증과는 달리 뇌혈류순환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 많은데, 혈관성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일반 우울증과 치료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노인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 혈중 비타민D 농도를 높이기 위해 햇빛을 지속적으로 쬐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김창오(노년내과), 김현창(예방의학), 이유미(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와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853명(남 962명, 여 1891명)을 분석한 결과 혈중 비타민D농도가 낮을수록 우울증상이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한 그룹(30.0 ng/ml 이상)에 비해 비타민D가 부족(10.0~19.9 ng/ml)했을 때 2.50배, 결핍(10.0 ng/ml 미만)됐을 때 2.81배까지 우울증상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반면 여성은 각각 1.11배, 1.31배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비타민D가 면역 기능과 염증반응의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뇌신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윤인영 교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회ㆍ친목 활동을 계속 해 가고, 운동을 통해 신체 활동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일과 중에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우울증 중상 완화 효과가 있어 라이트박스를 이용한 치료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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