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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가장 46%가‘성인자녀 부양’
최악 취업난에 백수자녀 경제지원
퇴직금도 결혼 전세자금으로 써
손자녀 양육·가사지원 등 퍼주기




#. 서울에 사는 60대 이 모씨는 최근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2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 부족하지만 모아 놓은 재산과 연금을 받으며 여유롭게 생활하려 했지만 큰 아들이 갑자기 결혼 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아들의 전셋집을 구하는데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둘째 아들이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넘은 20대 후반의 둘째 아들은 공시생(공무원 시원 준비생)으로 불리는 백수다. 공무원 시험 준비로 학원비도 들어가고 기죽지 않게 틈틈이 용돈도 따로 쥐어줘야 한다. 남은 건 살고있는 아파트 한 채뿐인데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 24시간 맞교대인 일의 특성상 육체적으로 힘들고 월급으로 받는 돈도 100여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자식들이 평생의 짐이 될 줄은 몰랐다. 30ㆍ40대에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청거렸고 이제 은퇴하고 쉴 나이가 되자 자녀들에게 모아놓은 자산을 나눠줘서 노후를 준비 할 여유가 없다.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난에 부모 집을 떠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얹혀사는 ‘캥거루’같은 자식들 때문에 다시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도 부모들은 취업도 못하거나 돈이 없어 독립할 수 없는 자식들이 안타깝기만 해 아낌없이 퍼준다.

서울시의 ‘서울시민이 희망하는 노후생활’ 자료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서울시민 중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2%였다. 이들 중 39.7%는 자녀와 함께 사는 이유로 ‘경제적ㆍ건강상 이유로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를 꼽았다. 또 6.8%는 ‘손자녀 양육과 자녀 가사지원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60세 이상 부모들 중 절반에 육박하는 46.5%가 자녀 부양을 위해 ‘모시고 사는’ 셈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서울시 일하는 노인 근로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도 은퇴 후에도 은퇴할 수 없는 서울 노인들의 형편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의 노인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아직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124만명 중 46만명이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1 가량이 은퇴 후 계속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일하는 노인 대부분(64.4%)이 ‘노후준비가 안됐다’고 답했다. ‘노후준비가 됐다’고 응답한 노인(35.6%)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단 2.1%만이 ‘충분히 준비됐다’고 답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유는 절반은 ‘자녀’를 꼽았다. ‘자녀 교육 자금이 많이 들어서’가 30.3%로 가장 높았으며 ‘성인자녀의 사적자산 이전 때문에’이라는 의견도 18.9%나 차지했다. 그 밖에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23.7%), 사업 실패 때문에(11.9%)였다.

노인이 된 부모들은 30~50대에 열심히 일하고 은퇴후 안락한 노후를 보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살고 있다.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관련 비용’(34.7%)이었다. 다음으로 ‘보건 의료비’(27.1%), ‘식비’(15.1%), ‘자녀 지원비’(9.8%) 순이었다. 기초연금을 포함해 전혀 소득이 없는 노인도 21.4%로 조사됐다.

임금근로자에 속하는 노인은 평균 75.1세까지 일을 할수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26.8%는 “80세가 넘어도 일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연구원은 “일하는 노인인 많다는 것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도 있지만, 평균 수명의 증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65세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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